조상우·조무근, 첫 국제대회서 가능성 확인
두말할 것 없는 완패였지만 희망도 봤다.한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개막전 일본과의 조별예선 B조 1차전에서 0-5로 졌다.
뒤늦게 감을 찾기 시작한 타선의 집중력 부족, 테이블세터진의 7타수 무안타 침묵 등으로 무득점 패배의 수모를 당했다.
무엇보다 시속 161㎞까지 찍힌 강속구에 위력적인 포크볼을 앞세운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닛폰햄)에게 철저히 봉쇄당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됐다. 오타니를 상대로 한국 타선은 6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두 개씩만 뽑았을 뿐 삼진을 10개나 빼앗기는 등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반면 ‘일본 킬러’로 통하는 왼손 에이스 김광현(SK)은 불운이 겹치면서 2⅔이닝 만에 2실점하고 강판당해 일찌감치 기 싸움에서 일본에 눌렸다.
물론 수확도 있었다.
불펜진을 조기 가동한 한국은 조상우(넥센·⅓이닝)-차우찬(삼성·2이닝)-정우람(SK·1⅓이닝)-조무근(케이티·1⅔이닝)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김광현 이후’의 5⅓이닝을 3실점으로 막았다.
이번 대표팀은 KBO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부상으로 최종엔트리 들지 못하고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삼성 소속 투수 3명마저 한꺼번에 빠지는 바람에 타선에 비해 마운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일본전에서만큼은 타선보다는 마운드에서 제 몫을 해줬다고 할 만하다.
특히 소속팀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21)와 조무근(24) 등 젊은 투수들의 배짱 두둑한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조상우의 등판은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3회 2사 1,3루에서 김광현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국제대회 첫 등판에 한·일전, 그것도 추가 실점 위기 상황. 조상우는 첫 타자 마쓰다 노부히로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상황에 부닥쳤다. 하지만 히라타 료스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스스로 위기에서 헤쳐나왔다.
조상우는 4회 첫 타자 시마 모토히로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물러났다.
조무근은 7회 1사 후 대표팀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조무근은 앞선 세 타석에서 2안타를 친 나카타 쇼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마쓰다에게 우익수 쪽 2루타를 얻어맞고 폭투까지 나와 주자를 3루에 뒀다. 그러나 히라타를 3루수 땅볼로 요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조무근은 8회 2사 후 사카모토 하야토와 야마다 데쓰요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실점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무대가 처음인데다 한·일전이 주는 중압감이 어마어마했을 텐데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상우와 조무근은 대만에서 계속될 조별 예선 남은 경기에서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오후 삿포로에서 대만 타이베이로 이동해 11일 도미니카공화국, 12일 베네수엘라, 14일 멕시코, 15일 미국과 차례로 조별예선을 이어간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1차 목표인 조별예선 통과를 위해 5경기에서 최소 3승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비록 일본에는 완패했지만 마운드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불펜진의 구위를 확인했고, 젊은 투수들은 경험과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표팀은 희망을 품고 대만 땅을 밟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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