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하얘지는 공포·쾌감… 내릴 땐 다리 힘 풀려 ‘후덜덜’

머릿속 하얘지는 공포·쾌감… 내릴 땐 다리 힘 풀려 ‘후덜덜’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5-05-01 23:34
수정 2015-05-0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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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cc 레이싱카 조수석 타 보니

경주용 자동차의 조수석에서 나는 공포와 쾌감에 몸을 떨었다.

지난해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끝난 자동차 경주 대회 CJ슈퍼레이스 개막전 결선에 앞서 슈퍼1600클래스 레이싱카의 조수석에 앉아 서킷을 돌 기회가 생겼다. 배우 겸 카레이서인 이화선(CJ 레이싱팀) 선수가 모는 배기량 1600㏄짜리 레이싱카에 탔다. 이 선수가 가속페달을 밟자 엔진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상체가 좁은 버킷시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파묻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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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 대회 CJ슈퍼레이스 슈퍼1600클래스에 출전하는 카레이서이자 배우인 이화선(CJ레이싱팀)이 자신의 애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자동차 경주 대회 CJ슈퍼레이스 슈퍼1600클래스에 출전하는 카레이서이자 배우인 이화선(CJ레이싱팀)이 자신의 애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소실점을 향해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졌다. 풍경이 휙휙 사라졌다. 크게 휘어진 구간을 인지한 순간 차는 이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짧은 곡선을 그리며 코너에 진입했다. 관성이 나를 왼쪽으로 잡아챘다. 척추기립근과 광배근에 온 힘을 줘 저항했다. 보호 헬멧을 쓴 머리가 하릴없이 왼쪽으로 꺾였다. 차가 출발했던 CJ팀 피트에 가까워졌다. 드디어 끝났구나 싶었다. 아니었다. 이 선수는 무심하게 출발 지점을 지나 한 바퀴를 더 달렸다. 차가 코너를 향해 질주했다. 다시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켜 버텼다. 여지없이 고개가 덜렁거렸다. 두 바퀴를 돌고 차가 멈춰 섰다. 내가 직접 문을 열고 내렸는지, 아니면 누가 밖에서 열어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발을 딛고 섰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 체험자를 태운 차가 떠났다. 안경을 차에 두고 내렸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피트에서 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안경은 시트와 조수석 문짝 사이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처음 슈퍼1600 레이싱카를 탄다고 했을 때는 조금 실망했다. 1600㏄ 자동차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200㏄ ‘괴물차’ 스톡카의 힘을 느껴 보고 싶었다. 슈퍼레이스 홍보 담당자에게 스톡카를 직접 몰아 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출력이 너무 세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렸다. 조수석이 없으니 옆에라도 타게 해 달라고 고집을 부릴 길도 없었다.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슈퍼1600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네다섯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 부지런하고 약간의 운이 따라 준다면 누구나 이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슈퍼레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택시 타임’ 이벤트를 진행한다. 추첨을 통해 라운드별로 행운의 주인공을 대여섯명 뽑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5-05-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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