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남기업 정조준 의미와 수사 방향
현재까지 4조원의 국고를 탕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명박(MB) 정부의 자원외교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고강도 수사가 예고됐었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리의 뿌리” 등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검찰 수사를 독려한 가운데 검찰이 자원외교와 관련해 강제 수사의 첫 대상으로 경남기업을 삼은 점은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보여준다.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MB정부가 중점 국책과제로 삼았던 자원외교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주축으로 진행됐다. 두 기관 모두 감사원과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자원외교’와 관련된 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된 18일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관련 자료가 담긴 상자를 들어 옮기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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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연합뉴스
경남기업과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울산 중구 우정동 한국석유공사 본사에서도 18일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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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를 가장 먼저 과녁의 정중앙에 올려놓은 것은 경남기업이 MB정부 시절 실세들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데다 각종 자원개발 사업에도 두루 참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친이(親李)계로 분류되는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회장인 경남기업은 자원외교 사업에 참여하며 MB정부의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에게 경남기업은 수사 방향을 전 정권의 중심부로 향하게 할 수 있는 디딤돌이자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수사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경남기업은 가스공사와 함께 미국 멕시코만 가스광구 탐사 사업과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티길·이차 육상 광구 석유탐사 사업 등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캄차카 반도 석유탐사 사업에 우선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캄차카 반도 서부 티길과 이차 등 육상 광구 두 곳에서 유전을 찾는 사업으로 참여정부 때인 2005년부터 추진됐지만 MB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석유공사는 경남기업 등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했는데, 지분은 석유공사 55%, 경남기업 20%, SK가스 15%, 대성산업 10% 등이다. 사업 당시 석유공사는 탐사에 성공할 경우 가채 매장량이 2억 50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0년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결국 2억 5284만 달러(약 3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 광구의 기대 수익률이 매우 낮다는 지적에도 석유공사가 이 사업을 이끌고 가는 과정에서 경남기업과의 불법적인 거래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를 받아 수백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불융자는 위험성이 큰 해외 자원개발 등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준 뒤 실패하면 탕감해주고, 성공할 경우에만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엄청난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실패를 자인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 되는 셈이어서 ‘나랏돈 빼돌리기’의 전형적인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금융지원·사업비 처리 불법 단서 포착
경남기업은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 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 사업에도 참여했다. 이 사업은 광물자원공사와 엮여 있다. 감사원은 2013년 니켈 생산량이 당초 계획한 6만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만 5000t에 불과하고 예상 수익률 역시 2006년 26.74%에서 5.46%로 감소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남기업은 자금 사정 악화로 투자비를 체납하고 지분 2.75%를 광물자원공사에 되팔았는데 이때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동원해 볼리비아 리튬 광산 개발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 등에게 검찰의 칼끝이 겨눠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 밖에 MB정부 자원외교의 첫 성과로 홍보된 이라크 쿠르드지역 유전개발-사회간접자본(SOC) 연계사업 등도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업에 참여한 경남기업의 정·관계 청탁·로비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3-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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