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쌈짓돈 손댄 철없는 20대 손녀

외할아버지 쌈짓돈 손댄 철없는 20대 손녀

입력 2016-12-08 14:21
수정 2016-12-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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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갚고 휴대전화 요금 내고…CCTV에 찍혀 들통

“외할아버지 볼 낯이 없어서, 만나서 사과도 못 했어요.”

지난 6일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강력팀 형사 앞에서 고개 숙인 20대 여성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직장인인 A(27·여)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3시 홀로 사는 외할아버지 B(74)씨 집에서 통장을 훔쳤다가 붙잡혔다.

A씨는 사건 당일 외할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외가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 빌린 500만원 가량 대출 원금 상환 기한이 닥쳤고,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도 밀려 급전이 필요했다.

160만원가량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2천만원가량 예금이 있었지만, 부모가 관리하는 탓에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외할머니를 여의고 홀로 사는 외할아버지 집에 찾아갔지만, 할아버지는 때마침 외출 중이었다.

외할아버지에게 ‘돈 빌려달라’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아 주저하던 A씨의 마음에 나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A씨는 장롱 등을 뒤져 외할아버지의 쌈짓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발견했다.

그 순간 외할아버지가 귀가하자 A씨는 통장을 급히 품속에 숨기고, 외할아버지와 함께 밥을 차려 먹었다.

돈 빌려달라는 말도, 통장을 가져간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외할아버지의 통장에는 2천만원이 들어있었다.

A씨는 과거 외할아버지 휴대전화 사용을 도우며 알고 있던 통장 비밀번호로 돈을 수차례 인출했다.

집 근처 은행에서 찾은 돈으로 대출 금액을 갚았고, 직장 근처 은행에서 인출한 돈으로 밀린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를 냈다.

2천만원가량 들어있던 외할아버지의 통장 잔액은 970만원이 줄어 1천만원 남짓만 남았다.

외할아버지는 통장이 보이지 않자 손녀가 범인인 줄 생각도 못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결과 발견한 CCTV 영상 속 여성의 모습을 B씨에게 보여줬고, 통장을 훔쳐간 범인이 손녀임을 뒤늦게 안 외할아버지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할아버지가 처벌을 원치 않지만 절도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외할아버지가 써준 합의서를 가져오면 검찰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참작될 것”이라고 스스로 경찰서에 출석한 B씨에게 조언했다.

A씨는 그러나 “외할아버지에게 미안해 연락도 못 한다”며 검찰 송치를 앞둔 현재까지 할아버지의 합의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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