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총 들고 파출소 난입, “다 죽이겠다”며 욕설과 함께 ‘탕 탕’

엽총 들고 파출소 난입, “다 죽이겠다”며 욕설과 함께 ‘탕 탕’

입력 2016-11-15 12:11
수정 2016-11-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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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단속 귀가 후 50여 분 만에 다시 나타나 범행…‘엽총 난사 재구성’

“파출소에서 엽총 난사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전 직원 방탄복 착용 후 검거 지원 바랍니다.”

15일 새벽 강원 고성경찰서가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향해 엽총 2발을 난사하고 달아난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경찰에 붙잡힌 이모(60) 씨는 음주 적발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고성경찰서 죽왕파출소 내 CCTV와 순찰차량 블랙박스 등에 포착된 엽총 난사사건의 재구성은 이렇다.

이 씨는 지난 14일 저녁 지인과 장소를 옮겨 2차에 걸쳐 술을 마신 뒤 음주 상태로 자신의 지프 차량 운전대를 잡았다.

이 씨는 오후 9시 53분께 고성군 죽왕면 삼포리 모 초등학교 앞 7번 국도에서 음주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죽왕파출소로 임의 동행한 이 씨는 만취해 횡설수설했지만 비교적 순순히 호흡측정에 응했다.

오후 10시 30분 측정된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치인 0.127%였다.

경찰은 음주 측정 20분 뒤인 오후 10시 53분께 이 씨의 지프 차량을 파출소 주차장에 보관한 뒤 이 씨를 순찰차량에 태워 파출소에서 10여 분 거리인 집까지 데려다줬다.

당시 이 씨는 자신을 집에 데려다준 경찰관에게 횡설수설하면서 “두고 보자”는 말을 남겼으나, 경찰관들은 주취자의 일반적인 행태여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씨를 귀가시킨 뒤 파출소 안에는 김영식(60) 경위와 이호선(31) 순경이 서류 작성을 하고 있었다.

이 씨는 50여 분 뒤인 오후 11시 40분께 파출소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이 씨의 양손에 엽총이 들려 있었다.

파출소 출입문을 연 이 씨는 “다 죽이겠다”며 욕설과 함께 ‘서서 쏴’ 자세로 이 순경을 향해 엽총 1발을 쐈다.

이 순경을 향해 날아든 산탄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린 이 순경 옆을 스쳐 파출소 벽면을 파고들었다.

첫발에 실패한 이 씨는 이번에는 김 경위를 향해 1발을 발사했으나 빗나간 산탄은 캐비닛을 뚫었다.

불과 30∼40초 사이에 벌어진 이 씨의 엽총 난사에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은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정년을 불과 2년여 앞둔 김 경위는 장전된 산탄 2발이 발사된 직후 직감적으로 ‘엽총을 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씨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다.

5분여가량 온 힘을 다해 이 씨와 격투를 벌인 김 경위는 이 씨에게서 엽총을 빼앗았다.

엽총을 빼앗긴 이 씨는 자신의 집에서 몰고 온 1t 화물차를 몰고 도주했다.

파출소 총기 사고 직후 고성경찰서는 오후 11시 43분 전 직원에게 방탄복 착용을 지시하고 이 씨 검거에 나섰다.

사건 발생 10분여 뒤에는 주요 도주로에 경찰력이 배치됐고 112 타격대도 출동했다.

이날 오전 0시 30분 전 직원을 비상 소집한 경찰은 1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1시 6분께 달아난 이 씨를 파출소에서 3∼4㎞가량 떨어진 송지호 철새관망 타워 주차장에서 붙잡았다.

검거 당시 이 씨의 차량 등에는 엽총 산탄 10여 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 씨에게서 엽총을 빼앗은 김영식 경위는 “엽총에 2발만 장전된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오로지 엽총을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자칫 잘못하면 동료들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던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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