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넘긴 철도파업…언제까지 이어지나

50일 넘긴 철도파업…언제까지 이어지나

입력 2016-11-15 11:07
수정 2016-11-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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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피해 685억원…혼란한 정국에 종결 시점 가늠 어려워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세우며 지난 9월 27일 시작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15일로 50일째를 맞았다.

KTX가 정상운행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와 화물열차 운행만 줄어든 데다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한 정국 탓에 철도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지 않은 가운데 ‘잊혀진 파업’이 장기간 계속되는 양상이다.

◇ 성과연봉제가 쟁점…사상 최장기 파업기록 갈아치워

철도노조는 지난 9월 27일 “코레일이 지난 5월 30일 이사회를 열어 철도노조와 제대로 된 단체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체계를 변경했다”며 “코레일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보충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파업의 쟁점인 성과연봉제를 두고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팽팽히 맞섰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은 성과연봉제를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없도록 설계했으며 노사 간 협의와 이사회 의결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도입을 마쳤다”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합법적인 취업규칙 변경에 문제가 있다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제시안과 노동부의 유권해석에 적시된 것처럼 사법적 판단에 따라 효력을 다투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공기업인 코레일의 특성상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현장에 성과주의가 극성을 부려 안전보다 이윤, 협업보다 실적 위주의 이기적 노동형태가 늘어나 국민적 피해가 예상된다”며 “철도안전을 망치며 국민과 철도현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성과연봉제의 일방적인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 공공운수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주도해 서울과 부산지하철 노조와 철도노조의 공동파업으로 시작된 이번 파업은 서울 지하철노조가 파업 3일 만에, 부산 지하철노조는 4일 만에 파업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철도노조만의 ‘나 홀로 장기파업’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0일부터는 화물연대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반대하며 화물 운송 거부에 돌입했지만, 열흘 만에 파업을 철회했고, 부산 지하철노조도 지난달 21일 재파업에 나섰다가 역시 4일 만에 철회하면서 철도노조만의 ‘고독한 싸움’이 50일을 넘기도록 이어졌다.

철도노조 내부적으로는 철도 민영화와 수서고속철도 운영사 설립 반대를 내세우며 2013년 12월 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최장기 파업기록을 갈아치웠다.

◇ 파업 직접피해 600억 원 넘어서…고장·사고 속출

파업이 길어지면서 코레일이 본 직접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4일 현재 코레일이 추산한 피해액은 열차 운송 차질로 인한 손해액과 대체인력 인건비를 포함해 모두 6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레일은 지난달 7일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액을 143억 원으로 산정하고 노조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소장을 제출한 이후 피해 상황을 계속 집계하며 청구액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직접피해액은 철도 영업손실에 국한된 피해일 뿐 시멘트와 컨테이너 등 화물운송 차질에 따른 전체 산업계 피해까지 고려하면 이번 철도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파업 기간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없었지만, 수도권 전철을 중심으로 열차 고장과 사고가 잇따라 시민을 불안하게 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서울 왕십리역 근처에서 동력장치 고장으로 멈춰 서면서 승객 150여 명이 한 시간 넘게 갇히는 사고가 났다.

군 소속 대체인력 기관사가 운전했던 이 열차가 터널 안과 밖에 걸쳐 멈추는 바람에 터널 쪽 열차 칸의 승객은 비상등만 켜진 내부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같은 달 23일 오후 5시 30분께는 경기도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대곡역에서 오금역 방면으로 출발하려던 전동차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달 17일 오전 8시 4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도 군 소속 대체 기관사가 몰던 코레일 소속의 인천행 열차가 출입문 표시등 점등불능 등 고장을 일으켜 멈춰 섰다.

코레일은 파업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평택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제1567호 열차가 출입문 1개가 열린 채 충남 천안역까지 운행하는 사고가 났다.

◇ 끝 모를 장기파업…종착역 가늠 어려워

철도노조는 파업 직후 국회 등 정치권의 중재를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면담해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 제의를 끌어냈다.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이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성과연봉제는 노조와 코레일, 국토위, 국토교통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 기구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불법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하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비상수송 대책을 수행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제안을 거부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20일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복귀한 직원은 412명에 불과했고, 7천300여 명의 대다수 파업 참가자들은 파업을 이어갔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직원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6개월 이내에 화물열차 일부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장기전’ 돌입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철도노조는 2주 단위의 투쟁계획을 제시하며 파업 지속 방침을 재확인했고, 7천300명 안팎의 파업 대오를 유지하는 데도 성공해 파업은 종착역을 가늠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코레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된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경찰에 출두했지만 당일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흡입한 가운데 철도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완전히 사그라졌다.

이달 초 코레일이 김영훈 위원장 등 노조 간부 23명에 대해 10일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통보하자 철도노조는 9일 자정을 시한으로 하는 집중교섭을 역제안했고, 코레일이 이를 수락하면서 7∼9일 3일간 교섭이 열렸다.

하지만 노사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코레일은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등 파업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 226명의 징계절차에 착수해 오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2월 파업 당시 100명 이상의 노조 간부가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를 받았던 징계 대란과 대량 해고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 이후 노조 측 분위기가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쪽으로 고무된 상태”라며 “파업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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