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태환 리우행 자격, CAS 처분 무관…체육회 오해”

법원 “박태환 리우행 자격, CAS 처분 무관…체육회 오해”

입력 2016-07-05 19:43
수정 2016-07-0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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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가 이의 절차 밟아도 법원의 기존 결정은 유효“국가기관이 근거 없이 법원 명령 집행력 부인” 지적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7)이 국내 법원으로부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자격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대표 선발 권한을 갖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체육회는 “일단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잠정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법원의 결정은 CAS 처분과 무관하기에 체육회가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CAS 처분이 법원 판단보다 우선?…법원 “체육회가 오해”

박태환이 지난달 신청한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심리해 이달 1일 전부 인용 결정을 내린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염기창 수석부장판사)는 해당 결정이 CAS 처분과 전혀 무관하다고 재확인했다.

동부지법 서삼희 공보판사는 5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법원 판단이 CAS 처분에 영향을 받는 ‘조건부’ 결정이었다면 재판부가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 ‘이 결정은 CAS 처분이 나오는 시점까지만 유효하다’는 표현을 넣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체육회가 만약 ‘국내 법원 결정은 CAS 처분이 나올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면 이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대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이 4일 “법원 결정은 CAS의 잠정 처분 결과에 따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내용에 대해 법원이 ‘오해’라고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 판사는 “판사 개개인은 국가를 대신해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고,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행위는 넓은 의미로 위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은 이미 가처분 전부 인용을 통해 박태환이 국가대표 결격 사유가 없고, 리우 대표로 선발될 자격이 있다고까지 판단했는데 체육회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의 지시사항을 어기는 것이므로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대한체육회는 우리 사법체계 틀 안에 있으므로 법원 결정을 따라야 한다”면서 “만약 어떤 근거에 의해 따르지 못하겠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신청하는 절차를 밟을 권리는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 박태환, 선수명단 제출 기한 넘겨 리우행 좌절될 수도

대한체육회는 이번주 금요일인 8일까지 리우 올림픽 출전 선수명단을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해야 한다.

체육회는 CAS에 박태환의 리우 대표 자격을 문의하면서 늦어도 5일까지는 잠정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CAS 처분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CAS 잠정 처분이 법원 결정과 같은 내용으로 나올 경우 체육회는 “관련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고 박태환 선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CAS가 국내 법원과 다른 의견을 낼 경우 체육회가 이를 근거로 국내 법원에 재판단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체육회 조 사무총장은 CAS의 잠정 처분 결과가 국내 법원과 다른 방향으로 나오게 될 경우 “그 결과를 갖고 추가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이의 신청해도 법원 명령 유효…“지금은 근거 없는 미이행 상태”

체육회가 할 수 있는 방안은 가처분 이의 신청 제기 및 항고 절차를 밟는 것이다.

체육회는 일단 가처분 이의 신청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같은 재판부(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가 사안을 심리하게 된다. 새로운 사정 변경이 없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법원이 가처분 이의 신청을 기각하면 체육회는 상급 법원인 서울고법에 항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의 신청 및 항고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기존 결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은 없다. 즉 기존 결정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CAS의 처분과 별개로 만약 체육회가 이의 신청을 하지도 않은 채 8일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경우 국가 기구가 법원이 명령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박태환 측은 체육회가 법원 가처분 결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전 등의 수단으로 제재하는 간접강제까지 신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육회가 법원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차후 국가대표 탈락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정리하면 국내법원은 이미 박태환이 리우 대표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조만간 나올 CAS의 잠정 처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체육회는 CAS 처분을 두고 보겠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법원의 결정에 대해 다투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집행력을 부인하고 이행하지 않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체육회가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리우행 명단에 박태환을 넣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이에 대해 박태환이 손쓸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아보인다”면서도 “국가기관인 체육회가 아무런 근거 없이 사법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상태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며 중대한 정치적 책임이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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