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신분당 사기건수 분산해 경찰 주목 피하려 해
태어나면서 큰아버지의 호적에 입적됐다가 본래의 호적을 되찾으며 2개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게 된 50대 여성이 신분을 바꿔가며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하다가 9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이 여성은 2명의 신분으로 번갈아 사기를 치면 신분별로는 사기범행 건수가 적게 잡혀 수사기관의 주목을 피해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범행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정모(58·여)씨는 태어나던 해 부친의 뜻에 따라 백부의 호적에 올려졌다. 정씨는 자신이 태어나기 10년전에 출생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숨졌지만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지 않은 사촌 언니의 이름으로 살았다.
정씨는 44살 때 첫 사기범죄를 저질렀다. 교도소에서 3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새 인생을 살고 싶었던 정씨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기로 했다. 2004년 소송을 통해 친아버지 호적에 다시 편입되면서 새로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기존 주민등록번호도 말소되지 않아 그때부터 두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됐다.
정씨는 2007년부터 또 사기행각에 나섰다.
부산, 서울, 춘천 등지에서 점집을 차리고 무속인 행세를 했다.
노인들이 찾아오면 “내 사위가 검사라서 법원 경매계장들과 친하다. 나를 믿고 경매에 투자하면 큰 톤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았다.
신분은 주기적으로 바꾸며 범행했다. 1명의 이름으로 범행을 하면 사기건수가 누적돼 경찰의 각별한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씨는 지난해까지 약 9년 동안 모두 11명에게 208차례에 걸쳐 10억원을 뜯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는 정씨와 정씨의 사촌 언니가 각각 5∼6명의 노인을 상대로 5억 원을 뜯은 별개의 사건처럼 기록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해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된 피의자는 본래 이름을 쓴 정씨.
경찰은 정씨의 행방을 쫓던 중 정씨가 피해자들에게 사촌 언니의 이름을 자주 말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족관계를 확인하다가 사촌 언니에게도 똑같은 수법의 사기혐의로 수배가 내려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사건파일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지문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두 사람을 동일범으로 확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병원기록을 추적해 정씨를 검거, 모든 범행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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