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연 500억→1천억 확대 방침…보상 지체에 주민 반발 확산
서울시가 초기 백제 도읍으로 알려진 풍납토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자 주민 보상용 국비를 배로 증액해달라고 국회와 문화재청에 요청했다.서울시는 등재 목표 시한인 2020년까지 보상을 마치려면 연 350억원인 국비를 700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난달 16일 공식 건의했다고 3일 밝혔다.
국비와 시비의 분담률은 현재 7대 3이므로 건의안이 수용되면 총 예산이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게 된다.
서울시는 풍납토성 모든 권역에 대해 보상하려면 총 2조원이 들어 문화재청과 협의 끝에 왕성의 핵심지역인 2권역 전체와 3권역의 보상 우선 대기자를 먼저 보상하기로 했다. 2권역 위주로 보상하면 총 8천억원이 소요된다.
이창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우선 내년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선(先)투자를 해 2020년까지 보상을 마치고 이후 중앙정부가 연차적으로 분납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7월 공주·부여·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됐지만 풍납토성은 빠졌다.
이에 시는 10월 국내 고대사 관련 7개 주요 학회의 백제 왕성 풍납토성 성격 규명 학술세미나와 공주·부여·익산과의 공동 사진전 등을 열며 풍납토성에 대한 관심을 확산하고 있다.
익산 왕궁면 왕궁리 박물관 등에는 백제의 역사가 한성백제에서 시작됨을 연대표로 전시되도록 하고, 백제역사유적지구 문화벨트 조성을 위한 지자체 간 업무협약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사실상 ‘무기한 보상’이 되자 주민의 불만이 커졌고, 일부에선 풍납토성이 진짜 백제 왕성인지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풍납토성이 1970∼1990년대 아파트 건립으로 성벽과 유적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재개발을 포기하는 등 협조했지만, 재산권 제약과 생활권 침해가 길어지자 반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성 안에서 제단과 수백 채의 집터, 해당 시대의 도자기 등 1천여 기의 유구와 수만 점의 유물이 쏟아진데다 익산·부여처럼 북쪽에 강이 있고 남쪽에 산이 있는 구조라 백제 유적인 건 확실하다”며 “주민 보상을 서두르고 잘 설득해 한성백제 500년의 역사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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