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수 배트맨 가면 쓰고 막춤…주민 큰 웃음>

<가평군수 배트맨 가면 쓰고 막춤…주민 큰 웃음>

입력 2014-10-18 00:00
수정 2014-10-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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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주민 참여 어설픈 연극제 시도…10년간 기반 조성

“복잡한 현대사회에 찌든 주민들이 어설픈 연극을 보며 즐겁게 웃으면서 치유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18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의 산골 마을 이화리에 마련된 엉성한 특설 무대에는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한 ‘진국노래자랑’이 진행됐다.

”가평에 배트맨이 나타났다”는 사회자의 말에 가면을 쓰고 민망한 검은색 타이츠에 망토를 두른 남성이 등장했다. 가슴에는 배트맨 마크가 선명했다.

가요 ‘무조건’의 반주가 흘러나왔지만, 이 남성은 노래할 생각은 않고 객석을 향해 손만 흔들었다.

보다 못한 사회자가 ‘땡’소리와 함께 불합격이라며 들여보내려 하자 이 남성은 힘겨루기하자며 팔 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사회자는 대결 대신 이 남성의 등에 앉았고 이를 본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상황극이었다.

이 남성은 다름 아닌 김성기 가평군수였다.

뒤이어 군의장과 도의원 등도 각각 각시탈 등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와 노래와 춤 등 평소 장기를 아낌없이 선보였다.

마지막에는 모든 출연자가 무대에 올라 막춤을 췄고 이들이 ‘망가진’ 모습을 보일수록 객석의 웃음소리는 커졌다.

공연이 끝난 뒤 출연자들이 가면을 벗자 자신들의 본 모습을 공개했고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관객 김광자(56·여·가평읍) 씨는 “평소 진지하고 딱딱한 모습이던 군수와 군의장이 자신을 던져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좋았다”며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가평군은 이날 이화리 연극인 마을에서 ‘1/10 어설픈 연극제’를 열었다. 19일까지 진행된다.

’1/10’은 10년간 주민과 함께 연극 기반을 조성하는데 올해 첫 연극제라는 의미다. 내년에는 ‘2/10 어설픈 연극제’가 된다.

또 주민들이 지역 내 아마추어 연극인과 함께 무대를 꾸며 ‘어설픈 연극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설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웃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천과 상자, 페트병 등으로 무대를 만들었다.

신명나는 노래자랑과 달리 가평 시민극단은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의 진지한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다듬어지지 않는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을 무대에 올려 즉흥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연극을 배우지 않아 쑥스러웠지만, 군민에게 거짓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연극을 가평의 문화예술 콘텐츠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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