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사고현황 조사
‘안전해 보이는 곳이 가장 위험하다.’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최근 5년간 하천과 계곡, 해수욕장 등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망사고를 분석했더니 ‘물이 깊거나 물살이 사나울수록 사망 사고가 빈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린 곳에서 사고가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또한 물놀이 사망자 가운데 92%가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평·남양주 일대에는 수심이 깊지 않아 물놀이하기 좋은 하천이 많지만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예컨대 가평과 남양주 사이를 흐르는 구운천은 수심이 깊지 않지만 지난해 7~8월 두 차례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가평군 관계자는 “구운천 하류의 수심이 어른 허리 높이 정도라 쉽게 보고 준비운동을 하지 않은 채 입수해 심장마비가 오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홍천강도 온화한 듯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매년 여러 명의 피서객을 집어삼킨 ‘위험한 강’이다.
홍천강은 수심이 대체로 얕고 수온이 따뜻하다. 홍천군 관계자는 “해병대 등을 제대한 젊은 남성들이 과시욕이 앞선 나머지 친구들과 수영 내기 등을 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놀이 중 숨진 희생자 가운데 남성 비율이 91.3%(219명)에 달하는 점도 ‘과신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부른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또 사고 원인별로 보면 준비운동 부족 등 안전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가 126명(52.5%)이나 됐고 음주 수영으로 숨진 사람은 32명(13.3%)이었다.
해변에서의 물놀이 사망 사고는 태안군에서 보령시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지역 해수욕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5년 새 15명이나 숨졌다.
피서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는 부산에서는 같은 기간 6명이 사망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부산의 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많아 파도 등에 휩쓸려 갈 공간이 적고 안전 관리 요원도 여럿 투입되는 반면 서해안에는 마을마다 규모가 작은 해수욕장이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6-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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