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착한 내동생, 휴일에도 수업자료 만들었는데…”

<세월호참사> “착한 내동생, 휴일에도 수업자료 만들었는데…”

입력 2014-06-09 00:00
수정 2014-06-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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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담임 유니나 교사 유족 “아직도 믿기지않아”

“휴일에도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재미있게 할까’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보여줄만한 자료를 오려다 붙이던 동생이었는데…”

9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 111호실에 마련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9반 담임 유니나(28·여) 교사 빈소에서 친오빠 건우(30)씨는 동생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다 끝내 눈물을 쏟았다.

불과 두 달전까지만 해도 “선물 사올게”라며 부모님과 오빠에게 애교를 피우던 귀여운 막내 동생이었다.

경남 진주에 계신 부모님을 뒤로 하고 남매 둘이 안산으로 올라와 각자 사회생활을 하며 한 집에서 살아온 지 4년만에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매가 함께 지낸 집안 곳곳에는 아직도 동생이 가위로 오려붙인 수업자료가 가득한데, 여동생 영정 앞에 상주로 서게 된 것이 건우씨는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다고 했다.

”정도 많고 마음이 여려 왠지 학생들을 두고나오진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 동생은 아닐거야. 걘 배 안에 남아있지 않고 주변 섬에 잘 있을거야’라고 희망을 가졌었는데…”라며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 동생 주검이 발견돼었을땐 옷이나 액세서리를 보면서 ‘동생이 맞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가슴은 도무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말 무섭고 강하기만 해보였던 아버지가 ‘엉엉’ 소리를 내어 울 만큼 가족 모두 정신적 충격이 심했다”고 말했다. 유 교사의 아버지, 어머니는 빈소내 가족대기실에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빠 건우씨를 포함, 유족들은 경황이 없어 친척 등 주변 지인에게 연락도 채 돌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미 소식을 듣고 찾아온 단원고 제자와 동료 교사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유 교사가 졸업한 경상대학교 등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조화도 길게 늘어서 슬픈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조문객들 중에는 이번 사고로 똑같이 가족을 잃은 피해 유가족도 더러 있어 유 교사의 아픔을 함께 위로하고 있다.

영정 속의 유 교사는 갈색 재킷을 입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 환하게 미소짓고 있으며 영정 아래 제단에는 유 교사가 학생들과 다같이 찍은 사진 등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6장도 추가로 놓여져있다.

유 교사 장례는 불교의례로 치러지고 있다.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오빠 건우씨는 “우리는 이렇게 장례라도 치르지만 아직도 진도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많다”며 “언론뿐 아니라 국민들 모두 실종자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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