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재판부, 국민참여재판 ‘제3의 길’ 언급

안도현 재판부, 국민참여재판 ‘제3의 길’ 언급

입력 2013-11-07 00:00
수정 2013-11-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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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양심 침해 않는 범위에서 평결에 기속력”

안도현 시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고심 끝에 7일 내놓은 판결문에서 참여재판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전주지법 형사합의2부(은택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배심원이 전원 무죄 평결을 내자 유죄 판결을 사실상 예고하고 선고를 연기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전원일치 평결과 재판부의 심증이 엇갈릴 때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하는지를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봤다.

재판부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법리적 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엿보인다”며 정치권에서 최근 쏟아진 비판을 일부 인정했다.

반면 배심원 평결이 국민의 뜻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다소 지역적, 감성적이고 때로는 정치적 색채가 짙어 보이더라도 이를 존중해 판결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재판부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려고 국민의 의사에 따라 도입한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에 부합하고 민주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따르는 것”이라며 “배심원 평결은 재판부에 사실상의 기속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기속력이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작용한다고 봤다. 법관의 직업적 양심이 위협받을 경우 법적 안정성의 원칙도 깨진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은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의 기속력을 양형 부분에 한해 인정했다. ‘죄는 되지만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일면 모순으로 보이는 이런 결론이 벌금형의 선고유예라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선고는 평결이 아무리 만장일치라도 권고적 효력만 지니는 현재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기본틀 내에서 배심원의 의견에 좀 더 무게를 실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한 평결에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려 하는 대법원의 국민참여재판 개선안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3의 길’을 언급했다. 사법의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조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해결 방안도 짧게 제시했다.

재판부는 “현행 법체계에서 재판부의 심증이 배심원의 다수 의견과 다른 경우가 더러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한쪽의 의사를 우월하게 볼 것인지, 조화시킬 것인지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 입법적 결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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