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유시 훔친 사진작가 처벌 안받는 이유

성철스님 유시 훔친 사진작가 처벌 안받는 이유

입력 2013-05-03 00:00
수정 201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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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 스님이 2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1995년 도난당했다가 18년 만에 되찾은 성철 스님의 친필 유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택 스님이 2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1995년 도난당했다가 18년 만에 되찾은 성철 스님의 친필 유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합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성철(1912~1993) 스님의 친필 유시(諭示·조계종 최고 지도자인 종정의 가르침을 알리는 문서)가 도둑맞은 지 18년 만에 회수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성철 스님이 붓글씨로 쓴 유시를 훔친 사진작가 A(57)씨를 절도 혐의로, 이를 매입한 유명 경매회사 운영자 B(65)씨를 장물취득 혐의로 각각 입건하고 유시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철 스님을 23년간 곁에서 모셨던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의 삶을 다룬 책자를 발행하려고 유명 사진작가에게 유품 촬영을 맡겼다. 이때 보조작가로 촬영에 참여한 A씨가 촬영 뒤 사리 등 26점의 유품 가운데 유시를 훔쳤다. A씨는 절도의 공소시효(5년)가 끝난 뒤인 지난해 1월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경매회사 운영자인 B씨를 찾아가 유시를 1000만원에 넘겼다. B씨는 성철 스님의 유시가 장물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사들였고 같은 해 3월 사설 경매를 통해 부산의 한 응찰자에게 2100만원에 팔았다.

A씨 등의 범행은 “위조품으로 보이는 성철 스님의 유시가 경매시장에 나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발각됐다. 경찰은 낙찰자로부터 유시를 제출받아 감정한 결과 진품으로 판정됐고 유시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해 A씨와 B씨를 붙잡았다. 조계종 측은 유시를 잃어버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자초지종을 파악했다. 원택 스님은 유명 사진작가와 친분이 있었던 터라 유품 목록을 따로 정리하지 않은 채 촬영 때 유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시는 1981년 8월 당시 조계종 종정이던 성철 스님이 불국사와 월정사 주지 임명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 사태를 타이르며 쓴 글이다. ‘계율을 지키되 맑고 깨끗하며/서로 화목하게 어울리고 공경하고 사랑하며/부처님 가르침대로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입건했지만 절도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형사처벌할 수 없고 유시를 팔아서 챙긴 1000만원도 회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성철 스님의 유시는 당초 두 점이 작성됐으나 한 점은 소실되고 현재 한 점만 남아 있는 상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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