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정보 경찰에 제공… 공조체제 구축
지난 20일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성폭행하려다 30대 주부를 살해한 서모(42)씨는 강간 3차례를 포함해 전과 12범이었다. 그는 “잡히면 (이번에도) 교도소 들어가면 되고 안 잡히면 그만”이라고 진술했다. 전형적인 자포자기형이었다. 서씨처럼 검거를 두려워하지 않는 흉악범은 절대로 전자발찌 하나로 범죄충동을 억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전자발찌 부착은 2008년 9월 성범죄·미성년자 유괴 등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전자발찌는 그동안 개량을 거듭해 현재는 4세대 제품이 쓰이고 있다. ‘휴대용 추적장치’와 ‘부착장치’, ‘재택감독장치’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4세대 전자발찌는 터널 등에서 위치추적(GPS)오차가 발생하는 등 성능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성능을 개선한 ‘5세대 전자발찌’를 올해 말까지 개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5세대 전자발찌를 장착하면 터널이나 건물 지하 등에서 와이파이(Wi-Fi) 신호를 이용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범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목적이지 원천적으로 범행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전자발찌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것만으로 재범을 막기는 힘들다.”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전자발찌 부착자들을 감시할 인력도 태부족이다. 현재 전자발찌 부착자는 1026명이지만 전담 보호관찰관은 102명에 불과하다. 보호관찰관 1명이 10명을 맡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소 사정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자만 전담할 수 없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전자발찌를 채워서 이성적 판단을 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인데 성범죄자는 성적 충동을 좀체 이기지 못한다.”면서 “밀착감시를 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22일 전자발찌 대상 범죄에 기존 살인·성범죄 외에 강도죄를 추가하고, 관할 경찰서에 전자발찌 부착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경찰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위치추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 개정과 더불어 전자발찌의 성능개선, 보호관찰관 증원 등 다각도로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은지·홍인기기자 zone4@seoul.co.kr
2012-08-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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