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피해자 지원 절실”
김혜옥(39) ‘홀더 공동체’ 원장은 28일 “인화학교 문제가 이제 와 조명받는 데 대해 화도 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라도 장애 학생들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가 반드시 바로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피해 학생들을 돌보는 김 원장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너무 부족했다.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빨리 치유할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05년 이 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으로 가해자 4명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나중에 집행유예 또는 형 만기로 풀려났고 일부 가해 교사는 복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시 피해자와 목격자 등 여학생 6명과 남학생 5명은 2006년부터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줄인 ‘홀더’라는 이름의 그룹홈에서 김 원장과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피해 학생들의 현재 심리 상태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심리, 예술, 미술 치료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직도 100% 치유됐다고 할 수 없다.
--어떤 프로그램과 교육을 받고 있는가
▲자주 대화하면서 그들의 자존심을 높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난타 공연을 하면서 주변에서 칭찬을 듣고는 아주 좋아들 한다. 공부방에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교육을 하고 있다.
--피해 여학생이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아는데
▲사건 이후 다른 지역으로 갔다가 그쪽에서도 고립돼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고교) 졸업 후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작년 상반기 당시 아픔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머물고 있던 이곳으로 돌아왔다. 청각과 지적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고 지금도 힘들어한다.
--이번 영화와 관련해 피해 여학생의 반응은
▲그 여학생은 부모 또한 지적 장애를 앓고 있어 학교 다닐 당시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도가니’ 영화 티저 영상을 잠깐 보고도 많이 울었다. 영화를 안 보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주인공이 자신과 닮은 것 같아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소감은
▲한 편의 공포영화였다. 내용을 알고 봐도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실제 사실보다 축소해서 제작됐다고 하니 과연 실제로는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피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두려워했을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 여학생에게는 “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쟤(주인공)가 너는 아니다”라는 말로 위로했는데 위로가 됐을지 모르겠다.
--사건과 관련해 책과 영화가 나온 데 대해서는
▲아이들한테 큰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왜 책이 발간되고 영화가 제작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장애 학생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회적 관심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있는데
▲맞다. 자치단체나, 교육청에서 지금처럼 관심을 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들은 돌보고 있지만, 보조금을 받은 것은 2008년부터다. 그들이 사회에 나가 제대로 서고 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데 주위의 관심이 필요하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가 재수사와 폐교를 주장하고 있는데
▲당시 사건에 대해 재수사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에 같은 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 3명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면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불미스런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22명에 대한 교육 역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폐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내달 3일 학교 앞에서 학교 측의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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