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왜 또 발사했나
10㎞고도서 폭발… 비행 불안정김정은 제재·사드 공식화에 반발
한·미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9일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1발을 발사한 것은 한·미의 고강도 대북 압박에 대한 ‘무력시위용’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에 힘입어 북한이 군사도발을 계속할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 9일 오전 11시 30분쯤 함경남도 신포 동남쪽 해상에서 발사한 SLBM 1발은 물 밖에서 점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10여㎞ 고도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SLBM을 발사한 것은 지난 4월 23일 시험발사에 이어 2개월여 만이지만, 비행기술은 아직 완전치 못한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비행거리도 2개월여 전 30여㎞ 비행 때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에 불과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런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 정부가 지난 6일(현지시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제재 대상에 올린 것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이에 맞서 핵개발 수단과 핵운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드로 SLBM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SLBM이 실전 배치되면 바닷속에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사드의 요격시스템이 즉각 반응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로 SLBM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해 사드 배치 효용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 체결 61년 만인 2014년 9월부터 비무장지대(DMZ)에 중화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는 사실이 이날 확인돼 한반도 내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군사적 대립 구도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가 유례 없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 사드 배치가 발표되면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대결의 최전방이 됐다”면서 “남북 관계는 현재의 긴장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7-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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