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바꾸자, 김치에 대한 생각에서 겉모습까지

다 바꾸자, 김치에 대한 생각에서 겉모습까지

입력 2013-11-18 00:00
수정 2013-11-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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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소비 절반으로… 국내 김치산업 활성화 간담회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에 내로라하는 국내외 김치 전문가 20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김치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김치는 국내 소비, 해외 수출, 배추 수급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에 빠져 있다. 현재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김치 소비량은 50g 정도로 1998년 84g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일반 음식점 김치는 가격이 국내산의 25%에 불과한 중국산이 점령했다. 수출 부진도 심각하다.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일본 물량이 급감한 가운데 중국은 식품안전 기준 문제로 수출이 전무하다. 널뛰기 가격이나 계절적 품질 격차 등 배추 공급의 해묵은 숙제도 여전하다. 연간 2조 3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김치 산업의 부활을 꿈꾸는 전문가들의 ‘국내 김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세계 김치연구소,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주최)를 생중계한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에서 열린 ‘국내 김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김치 산업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집에서 열린 ‘국내 김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김치 산업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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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김치는 전통 음식인 동시에 농촌의 주 수익원이다. 하지만 갈수록 소비가 줄어 요즘 농가의 어려움이 크다. 김치가 외면받으면 배추, 무, 고추, 마늘, 파 등 밭작물 산업 전체에 타격이 온다. 자칫 농촌 지역의 사회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으면서도 김치의 우수성은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김치가 소금에 절인 음식이어서 건강에 해가 되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우리 1000년 발효 문화의 정수(精髓)가 그런 식으로 치부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박종철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교수 정부가 ‘신치’(辛奇·신기)라는 김치의 중국 상품명을 출원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국에서는 김치를 발효 음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단순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치의 종주국이 자기들이라는 생각도 한다.

백창기 한울(생산업체) 대표이사 김치가 산업화된 지 20년이 됐는데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다. 김치나 가공 김치 등에 국내산과 수입산 표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관련 규제가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볶은김치 상품의 경우 김치가 국산이어도 김치를 볶는 데 쓴 식용유에 수입산 콩이 쓰였다면 수입산으로 표기해야 돼 애로가 많다.

박상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김장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문화재로 등재하는 업무에 참여하면서 외국인들이 원하는 관광상품은 ‘원래 속한 사회가 즐기는 모습’이란 것을 절실히 느꼈다. 김치를 우리가 귀하게 대접할수록 세계의 눈이 달라진다. 젊은이들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김치 소비가 줄고 있는데 그들이 좋아할 만한 김치 가공 음식이나 김치와 궁합이 맞는 음식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샐러드김치를 개발하거나 일부 일본 주부들처럼 김치 국물을 샐러드 드레싱으로 쓰는 것도 방법이겠다.

김경철 인포마스터(홍보업체) 대표이사 김치는 맛, 영양, 문화의 3개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화 측면에서는 김장의 ‘나눔’ 문화를 말할 수 있다. 맛에서는 지역별 특색을 잘 살려야 한다. 와인이나 일본 전통주처럼 지역별로 김치를 특성화시켜야 한다. 건강 측면에서는 녹색 식생활 정책의 일환으로 김치를 다룰 필요가 있다. 최근 한 대기업의 김치냉장고 광고에서는 김치가 숙성하면서 내는 ‘톡톡’ 소리를 들려준다. 건강한 김치의 모습을 소리로 나타내는 것이다. 단지 염장식품으로서만 김치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임명서 상지대 경영학과 교수 지역 김치마다 숙성 기간이나 맛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김치냉장고 등의 관련 산업과 협업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도 김치에 맞는 ‘남도 김치냉장고’ 같은 식이다. 또 대형마트 등에서 김치가 다른 식품과 섞여 진열되고 있는데 김치만의 진열 냉장고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재 등재가 우리나라 김치산업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외국의 다국적 기업이 김치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대륙 와인이 많지만 프랑스 와인이 최고의 위치를 잃지 않은 것은 정부의 브랜드 고급화 정책 때문이었다.

박인식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 김치의 맛은 산도(酸度)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다른 어떤 식품보다도 스마트푸드 패키징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신 김치를 사서 곧바로 찌개를 해 먹고 싶어도 어떤 김치를 골라야 할지 포장으로는 알 수 없다. 또 김치는 이산화탄소가 많을수록 맛이 깊어지는데 이는 포장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임호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 김치의 포장은 20년간 바뀌지 않고 있다. 비닐봉지 포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것은 용기가 아니라 운반 봉지인데 예쁜 용기를 만들면 10%의 부가가치세가 붙기 때문에 개선이 안 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치의 매력에 빠져 살고 있는 외국인도 여러 명 참석해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했다. 미국인 대니얼 조지프는 “김치를 토마토케첩이나 마요네즈처럼 소스로 만들어 팔아야 한다”면서 “한국 김치는 미국 사람들에게 많이 맵게 느껴지기 때문에 김치 맛을 표준적인 맛, 덜 매운 맛, 매운 맛, 아주 매운 맛 등으로 나눠서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인주오야는 “절임 식품은 오래 절이면 소금에서 안 좋은 물질이 나오지만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 등 좋은 성분이 생긴다는 점을 중국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인 우이쿠이웬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효식품을 잘 안 먹기 때문에 익은 김치나 묵은지가 아닌 신선한 김치 상태로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3-11-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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