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고지 허용’ 논란

방송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고지 허용’ 논란

입력 2015-08-11 11:35
수정 2015-08-11 11: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민단체·학계 “결국 ‘제목광고’” 지적…방통위 “의견수렴 후 결정”

’○○투어와 함께하는 꽃보다 할배’, ‘○○라면으로 삼시세끼’, ‘○○전자 냉장고를 부탁해’….

조만간 TV 화면에서는 이런 유형의 방송 프로그램 제목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일 행정예고한 협찬고지규칙 개정안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협찬주명(로고 포함)·기업표어·상품명·상표 또는 위치를 방송 프로그램에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고 있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거나,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에서는 제목에 협찬주 이름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사실상 ‘제목광고’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송광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시장보다 불투명한 협찬시장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협찬은 방송광고에 적용되는 광고 총량규제,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등에서 자유롭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11일 “협찬은 어떤 경로로 누가 무엇을 받았고,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며 “방통위가 ‘제목광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불투명한 협찬시장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협찬주가 방송 프로그램 제목만 사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콘텐츠 자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특정 협찬주 이름을 단 프로그램이 등장한다면 프로그램 내용까지 지배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어떤 협찬주가 프로그램에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조금이라도 담기는 걸 허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으로, 2008년 이후 총 31건의 프로그램이 심의제재를 받았다.

채널A의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2013)는 실재하는 농수축산물 유통 전문체인점이자 협찬주를 제목으로 사용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를 받았다. 올리브의 요리사 선발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Outback It Chef’(2010)도 비슷한 이유로 심의에 부쳐져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제목에 협찬주명을 대놓고 쓰지 않더라도 기업표어나 광고문구를 사용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채널CGV, OCN, 수퍼액션, tvN, XTM은 삼성전자 갤럭시S4의 표어를 포함한 ‘Meet a life companion’을 제목으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영화를 방송해 방심위로부터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제재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의견 수렴 기간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협찬고지 규칙 개정안의 행정예고 기간은 오는 26일까지다. 방통위는 이날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에 이 개정안을 의결, 시행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