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15주년 콘서트

연합뉴스
다시 뭉친 god
그룹 god 멤버 윤계상(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god 15주년 리유니언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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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컴백을 그들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비도 내리지 않는데 하얀색 우비를 입고 쉼 없이 풍선을 흔들던 팬들은 눈물이 섞인 함성으로 ‘국민 그룹’의 복귀를 환영했다.
다섯 남자와 수많은 팬들이 만든 기적에 추억은 불현듯 현재로 돌아와 모두의 마음을 따스한 기억으로 단단히 이었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그룹 지오디(김태우, 데니안, 박준형, 손호영, 윤계상)의 15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지오디 팬클럽을 상징하는 하늘색 우비와 스카프로 과거를 다시 불러온 팬들은 공연 시작 몇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 머물며 설레는 마음으로 9년 만의 재회를 기다렸다.
지오디가 과거 한창 활동하던 시기 초등학생이었을 현재 고등학생 팬부터 자녀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긴 5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워 그룹의 폭넓은 팬층을 보여줬다.
이윽고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객석을 가득 채운 1만4천여명 관객들은 하늘색 풍선을 흔들며 ‘지오디’ 세 글자를 연호했다.
지난 ‘15년’의 시간을 주제로 하는 오프닝 영상이 지오디의 히트곡과 폭죽쇼를 배경으로 무대 전면의 LED에 흐르자 관객의 열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그룹의 과거 활동 자료와 관계된 언론 기사, 인터넷 댓글이 거대한 시계 이미지와 함께 흐르는 짤막한 영상은 그룹이 과거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했다.
이윽고 윤계상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대형 LED가 좌우로 열리고 그 뒤의 가림막까지 위로 올라가자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검은색 의상을 입은 다섯 남자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의 환호 속에 멤버들은 첫 곡으로 ‘미운오리새끼’를 들려줬고, 이어 ‘길’을 선사했다.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손호영의 코멘트에 이어 ‘0%’와 ‘하늘색 약속’을 쉬지 않고 연달아 들려줬다.
처음 몇 곡을 부르는 동안 멤버들의 표정에서도 오랜만의 공연에 대한 설렘과 긴장, 흥분이 그대로 느껴졌다. 멤버들은 안무 사이사이 팬들과 손인사를 나눴고, 서로를 바라보며 조금은 어색한 듯 미소를 짓기도 했다.
개별 인사에서 “지오디에서 ‘뇌수막염’을 맡고 있다”고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진 윤계상은 이내 “너무 벅차올라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행복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신나는 댄스와 열기를 돋구는 워터스프레이, 익숙한 노래를 화려하게 꾸미는 관객의 ‘떼창’에 공연은 마치 처음부터 앙코르 무대인 것처럼 에너지로 가득했다.
흐르는 시간은 속일 수 없었던지 어느새 30~40대가 된 멤버들의 안무에서 과거와 같은 힘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중간 보너스 영상에서 김태우가 역동적인 동작을 소화하지 못해 안무를 바꿔야 했다는 내용이 공개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진지한 감성이 필요한 발라드 곡을 부르면서 어색함에 멤버들의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의 부족함은 팬들과 매순간 진심을 나누는 지오디 멤버들 특유의 여유와 자유로움, 그리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은 관객들 각자의 마음속 추억이 넘치게 채워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멤버들의 긴장이 풀렸는지 무대의 완성도도 점차 높아졌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지오디의 과거 대표곡들을 관객들이 함께 부르던 순간들이었다.
지오디의 초기 최고 히트곡인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비롯해 ‘길’, ‘다시’, ‘어머님께’, ‘거짓말’, ‘니가 있어야 할 곳’, ‘하늘색 풍선’ 등 히트곡을 부르는 관객의 표정은 단순히 스타를 넘어 삶의 소중한 무언가와 재회한 사람의 그것처럼 아련한 행복이 가득했다.
멤버들은 10년 전과 다름 없이 노래를 정확한 박자에 맞춰 따라 부르고 온 힘을 다해 추임새를 넣는 팬들에 감격한 듯 중간중간 노래를 멈추고 깊이 고개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앙코르 마지막곡 ‘보통날’ 무대를 앞두고 멤버 윤계상의 편지가 그룹의 과거 영상과 함께 공개돼 팬을 눈물짓게 했다. 그는 다른 멤버와 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이제는 가슴에서만큼은 헤어지지 말자. 그냥 같이 살아가자”라고 고백했다.
이날 지오디는 2시간30분동안 앵콜곡까지 20여곡을 선사하며 따스한 추억을 팬들의 눈앞에 데려와 선사했다. 그 추억은 모두가 일어서 따라 부른 본 공연 마지막 곡인 이 노래를 소개하던 데니안의 코멘트처럼 지난 세월 공부, 회사일, 자식 뒷바라지 등으로 각자 지치고 힘들었던 사람들을 위로했다.
”세상에는 슬픈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이 노래를 서로서로에게 앞에. 뒤에. 옆에 같이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힘내십시오.”(데니안)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 곁에 서 있을 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촛불 하나’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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