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케이블 채널의 비상..’지상파 넘본다’

2012년 케이블 채널의 비상..’지상파 넘본다’

입력 2012-12-22 00:00
수정 2012-12-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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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잇단 배출..지상파 경쟁자로 부상

올해 방송가에는 케이블 채널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응답하라 1997’은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화제를 모았고, ‘SNL 코리아’는 침체에 빠진 예능계가 건진 몇 안 되는 수확이었다.

’슈퍼스타K 4’는 예전의 명성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오디션 대표주자로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성과가 일부 채널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tvN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은 케이블 드라마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간 케이블 드라마는 마니아층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했다. 뚜렷한 장르적 특징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7’은 이같은 인식을 뒤집었다.

이 드라마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올해 방송가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힌다.

7%에 달하는 시청률도 고무적이지만 체감 시청률은 여타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었다.

방송기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강남스타일’에 이어 주간 종합 검색어 순위 2위를 기록했고, 다운로드 횟수도 폭발적이었다.

주연 서인국과 정은지는 짧은 경력에도 단숨에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케이블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노란복수초’ ‘로맨스가 필요해’ 등이 지상파 부럽지 않은 체감인기를 누렸다.

예능계에서는 tvN ‘SNL 코리아’의 비상이 두드러졌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리얼 버라이어티에 지친 젊은 시청층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

’SNL 코리아’의 무기는 과감한 성인 개그와 절묘한 정치 풍자였다.

’성인 개그의 1인자’ 신동엽이 합류하면서 성인 코드는 더욱 뚜렷해졌고,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는 현 정치 세태를 예리하게 풍자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또 다른 코너 ‘?’은 SBS ‘짝’ 제작진으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들은 거꾸로 ‘SNL 코리아’의 인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성공 원동력은 제작여건 향상과 맨파워 = 히트작의 탄생에는 제작여건의 향상이 큰 역할을 했다.

tvN, 엠넷, OCN 등을 운영하는 CJ E&M은 드라마 제작비를 작년 280억 원에서 올해 870억 원으로 3배가량 늘렸다. 제작 편수도 작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자연히 드라마 한 편에 투입하는 평균 제작비도 50% 이상 증가했다.

지상파 출신 PD와 작가들을 대거 영입해 인적 인프라도 확충했다. 작년 김석현, 이명한, 신원호 등 KBS의 간판급 예능 PD들이 잇따라 자리를 옮겼고, 최근에는 ‘1박2일’의 나영석 PD가 이적을 결정했다.

그 결과로 ‘코미디 빅리그’와 응답하라 1997’이 탄생했다.

tvN 이덕재 방송기획국장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자체제작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인력이 젊고, 분위기도 자유로운 편이며 지상파보다 편성이 유연하다. 여기에 제작, 기획, 마케팅 등이 유기적으로 일하면서 채널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살리려고 노력한다”라고 전했다.

케이블 채널의 유연성이 반영된 작품이 ‘응답하라 1997’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드라마 제작 경험이 전무한 예능 제작진이었지만 tvN은 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지상파라면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예능 제작진의 노하우가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신 PD는 방송 당시 인터뷰에서 “예능을 했던 사람으로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콤팩트한 재미를 주는 것이었다”라며 “전체적인 이야기 얼개를 만들고 대략의 에피소드를 정한 후 퍼즐 맞추듯이 장면과 대사를 입히면서 만들었다”고 노하우를 설명했다.

◇’이제는 지상파와 경쟁’..빈익빈 부익부 해결은 과제 = 케이블 채널은 이제 지상파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MBC는 수차례 특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CJ E&M을 경쟁자로 규정하며 대응 전략 모색을 주문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간부는 “우리가 의식해야 할 대상은 타 지상파가 아닌 CJ E&M”이라며 “CJ는 자금력과 인력을 갖춘 데다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라고 평했다.

CJ E&M 역시 지상파와 맞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tvN은 지난달 일요일 황금 시간대 대형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N tvN’을 선보였다. MBC ‘일밤’이나 KBS ‘해피선데이’ 같은 브랜드 예능 만드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다.

지상파와 경쟁하기 위해 타깃층도 넓혀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선보일 나영석 PD의 신작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새로운 형식의 소셜 게임 예능도 준비 중이다.

이덕재 국장은 “시청자들이 제4의 지상파처럼 좋아해 주길 바라지만 지상파와 다른 색깔은 유지하려 한다”라며 “과거 케이블이 해왔던 소재와 방식을 요즘 지상파도 많이 도입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tvN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블 채널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무시 못할 문제다.

최근 케이블 콘텐츠의 성공은 사실상 CJ E&M의 성공이라 해도 무방하다.

CJ E&M 계열을 제외하고 성공을 거둔 케이블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본과 인력을 갖춘 소수 채널만 성공을 맛보고, 나머지 채널들은 여전히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림대 강명현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0여 개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가운데 CJ 계열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존재감이 없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영세 채널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PP들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프로그램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받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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