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늘근도둑이야기

[연극리뷰] 늘근도둑이야기

입력 2011-02-14 00:00
수정 2011-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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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사회적 풍자… 농치는 웃음으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아니었다. 22년간 사랑받아온 시사풍자 코미디 연극이라는 점에서 시원한 사회적 풍자를 기대하고 봤다면 말이다.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무대에 다시 오른 연극 ‘늘근도둑이야기’에 대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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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다 형무소에서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두 늙은 도둑이 감옥에서 풀려나와 금고를 털기 위해 미술관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극의 핵심 뼈대다. 이 연극이 오랜 세월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민감한 현안을 뼈 있는 웃음으로 전달해, 시대에 맞는 시사풍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올라온 ‘늘근도둑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회적 이슈는 스치듯 농처럼 지나가는 ‘구제역’이란 단어 정도다.

극 중 농림수산부 장관에게 건네는 “구제역 때문에 요즘 바쁘죠?”라는 배우의 인사말은 관객에게 그다지 뼈 있는 웃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뼈 있는 웃음을 자아내는 건 전두환·노태우·김대중(작고)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본인의 처지와 같은 전과자들이라며 ‘과자’라는 줄임 통칭으로 한데 묶은 것 정도다.

그래도 중년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배우 세 명이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배우 간의 호흡과 연기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두 늙은 도둑 배우의 연기는 극을 충분히 떠받칠 만큼 사실적이고 생생했다.

드라마 ‘대물’ ‘추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대연, 영화 ‘살인의 추억’ ‘달콤한 인생’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김뢰하, ‘화려한 휴가’ 등 다수 영화에서 명품 조연으로 존재감을 굳힌 박원상 등이 이번 공연에 가세했다. 끝나는 날짜를 정해 놓지 않은 오픈 런 공연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2-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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