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들 “미국 빼고 TPP발효…RCEP 갈아타기” 등 의견 다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탈퇴의사를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지 못한 채 중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 등 16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 중국이 약 880억 달러(약 104조 원)의 경제적 혜택을 얻을 것으로 추산됐다.17일 NHK에 따르면 미·중 관계를 연구하는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조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TPP가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RCEP가 발효되면 중국에 88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TPP가 발효되고 RCEP가 발효되지 못하면 중국은 220억 달러(약 26조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TPP 탈퇴를 공언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발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 호주, 멕시코, 페루 등 TPP 참가국들은 오는 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19일 참가 12개국 정상회담을 열어 TPP의 장래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회원국 일부에서는 미국을 제외하고 11개국만으로 협정을 발효시키자는 의견에서부터 중국이 참여하는 대안 협정을 추진하자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는 미국을 뺀 나머지 11개국만으로 협정을 발효시키자는 입장이다. 페루는 미국이 참가하지 않을 경우 중국 등이 참가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루는 이미 중국 주도의 RCEP 가입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TPP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요한 무역협정”이라고 잔류를 촉구하면서도 미국이 끝내 참여하지 않으면 중국 주도의 RCEP 가입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말레이시아도 TPP가 발효되지 못하면 다른 선택지를 찾겠다고 밝혀 RCEP 가입 의사를 밝혔다.
지난 15일 의회 비준절차를 마친 뉴질랜드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탈퇴재고를 촉구했으며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현지 언론에 미국의 탈퇴 움직임에 “TPP 회원국 모두가 실망하고 있다”며 미국에 탈퇴재고를 강력히 요청했다.
베트남은 미국이 참가하지 않으면 “TPP에 참가할 근거가 없어진다”며 국내 비준절차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미국 국내에서는 TPP가 무산될 것으로 보고 일본과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TPP 비준을 추진해온 미국 공화당의 오린 그랜트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은 16일 현지 언론에 “차기 대통령은 TPP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제, “우리의 대안은 일본과 무역협정이 돼야 한다”면서 트럼프에게 일본과의 FTA 체결추진을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을 방문중인 테리 에드워드 브랜스태드 아이오와 주지사도 17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양국 간 경제연대에 관한 협정체결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이오와주는 미국내 소고기 등 농축산물 수출 규모 2위의 지자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미국의 재고를 촉구, TPP를 ‘미·일 동맹의 경제판’으로 삼아 안보와 함께 ‘중국 포위망’의 양대 축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무역관련 주무부서인 경제산업성 간부는 “지금 협상을 시작하면 과거의 미·일 무역마찰이 재연될 뿐”이라며 “(양국 간 무역협정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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