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알파벳 직격탄 맞아
미국 증시를 이끌어 온 IT 대표 주식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추락하고 있다.애플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 때문에 하루 사이에 주가가 2.5% 빠졌고,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알파벳(구글) 등 ‘FANG’으로 불리는 IT 대표기업 주가는 대선 결과가 발표된 9일부터 4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운 데다가 앞으로도 관세와 이민, 반(反)독점 규제 등 주요 이슈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부딪힐 가능성이 커 앞길이 순탄치 않다.
애플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벌써 무역분쟁 우려에 휘말렸다.
트럼프가 집권한 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높은 관세를 물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자 중국이 직접 애플의 스마트폰 제품 ‘아이폰’을 거론하며 무역보복 가능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일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물리면 양국 관계는 마비될 것”이라면서 보잉 여객기 구매 취소, 미국산 콩·옥수수 수입 중지와 함께 아이폰 판매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애플의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로 애플이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고 팀 쿡 최고경영자가 여러 차례 찾아 고위 인사를 만나는 등 공을 들이는 곳이다.
아이폰이 중국 당국의 무역보복 예시로 등장하면서 애플의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애플의 주가는 14일 하루 사이에 2.51% 하락해 주당 105.71달러를 기록했다.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던 8일과 비교하면 단 4거래일 만에 주가가 4.8% 주저앉았다. 글로벌 대장주인 애플의 시가총액은 현재 5천636억8천만 달러로 나흘새 285억3천만 달러(약 33조원)가 날아갔다.
FANG 기업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A형 보통주 가격은 트럼프가 승리한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4거래일 연속 내렸다.
이 사이에 주당 811.98달러이던 주가는 753.22달러로 무려 7.24% 급락했다. 알파벳 A형 보통주가 이처럼 75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 7월 이후 넉 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C형 우선주도 4거래일 사이 6.89% 떨어져 주당 736.08달러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은 같은 기간 주가가 7.36% 빠졌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달 25일 주당 133.50달러까지 올랐지만, 이달 14일 115.08달러를 기록하며 무려 17% 떨어졌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 노출된 가짜 뉴스 사이트가 트럼프의 승리에 영향을 줬다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 같은 비난에 대해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 주가는 이 기간 8.81% 추락했다.
이들 기업 주가가 트럼프의 당선에 이처럼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트럼프가 그간 밝힌 정책 방향 가운데 IT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트럼프가 내세우는 대로 이민규제를 강화하면 외국인 단기 취업 비자인 H-1B 비자 발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H-1B 비자는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에 특화된 해외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전문직 취업 비자다.
페이스북 등 미국 내 IT 기업은 이 비자를 이용해 해외 출신 고급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해외 제품에 모조리 높은 무역 관세를 물릴 경우 IT기업 생산 구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는 앞서 애플처럼 해외에 생산 공장을 둔 IT 기업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FANG 4형제 가운데 가장 마음을 졸이고 있는 기업은 아마존이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는 베저스는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트럼프를 우주선에 태워 지구에서 쫓아내고 싶다는 뜻을 가감 없이 밝혔고, 트럼프는 “내가 당선되면 워싱턴포스트는 없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또 아마존이 심각한 반독점 문제를 안고 있으며 세무조사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혔다. 트럼프가 집권해 반독점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아마존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마존 주가는 트럼프 당선 직후 4거래일 만에 8.72% 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350억 달러 증발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금융주 상승세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지만 기술주의 하락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채닝 스미스 상무는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주는 시장의 횃불 같은 역할을 했다”며 “이들 기업이 없다면 시장에 악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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