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오바마 방문 기정사실화 분위기…美 “결정된 것 없어”
일본의 피폭자 70%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하순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길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요미우리신문과 히로시마대학 평화과학연구센터가 지난 3월 하순부터 4월 말까지 히로시마ㆍ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당시 방사선에 노출된 피폭자 898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다.
조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비핵화 선언을 발표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당시, 그리고 이번 G7 정상회의 계기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기대를 하느냐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그 결과 응답자의 51%가 ‘노벨상 수상 당시도 지금도 피폭지 방문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18%는 ‘수상 당시에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응답자의 10%는 ‘노벨상 수상 당시에는 피폭지 방문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기대하지 않는다’, 9%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대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런 조사는 지난달 11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외무장관회담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면서 일본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아예 오바마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이틀째 일정을 마치는 오는 27일 주일미군의 항공편을 이용해 히로시마를 찾아 평화공원에서 헌화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지난달 28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피해의 실상을 접하면 왜 일본이 ‘핵무기 없는 세계’와 핵 폐기를 호소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대해 미국 측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방문하더라도 일본에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일본에 서너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매번 가능성을 고려해왔다”면서도 최종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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