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경선 대의원만으론 매직넘버 달성 못 해”
미국 대선의 민주당 경선에서 코너에 몰린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슈퍼대의원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재 전당대회까지 가서 승부를 겨루자고 촉구했다.1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샌더스는 워싱턴 D.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되려면 슈퍼대의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프라이머리(예비투표)와 코커스(당원대회) 등 경선을 통한 대의원 수만 따지면 클린턴이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2천383명)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경선을 통해 확보한 대의원 수에서 클린턴(1천663명)은 샌더스(1천367명)에 300명가량 앞서 있다.
앞으로 남은 14개 주 경선에서 클린턴이 매직넘버까지 대의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중재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게 샌더스의 주장이다.
다만 슈퍼대의원을 고려하면 클린턴은 7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520명)은 슈퍼대의원 수에서 샌더스(39명)에 크게 앞서 있다.
슈퍼대의원 수를 합치면 클린턴(2천183명)은 매직넘버에 불과 200명 차이로 다가선다.
슈퍼대의원은 프라이머리나 코커스의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자유의사에 따라 표를 던질 수 있는 주지사, 상원의원, 전직 대통령 등 당내 거물급 인사를 말한다.
샌더스는 경선 과정에서 슈퍼대의원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샌더스는 워싱턴에서 73%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워싱턴의 슈퍼대의원 10명은 모두 클린턴 진영에 줄을 섰다.
콜로라도 주에서도 샌더스(59%)가 승리했지만 10명의 슈퍼대의원 가운데 샌더스를 지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샌더스는 “슈퍼대의원은 자신이 속한 주의 유권자가 원하는 바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BC뉴스는 이에 대해 “샌더스가 슈퍼대의원이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승리하지 못한 주의 슈퍼대의원에게도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모순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샌더스는 또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며 슈퍼대의원의 변심을 촉구했다.
그는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공화당 유력후보 도널드 트럼프와의 본선 양자대결에서 클린턴보다 자신이 더 많은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세에 몰린 샌더스가 경선 완주를 얘기하고 있지만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샌더스가 클린턴을 이기려면 남은 경선에서 65%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샌더스는 “오르기 힘든 길”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거자금 모금액이 대폭 줄어든 것도 샌더스에겐 악재다.
4월 샌더스의 선거자금 모금액은 2천580만 달러(약 293억원)로 전달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샌더스 캠프는 또 미국 각지에서 뛰던 선거운동원 255명을 해고하고 캘리포니아 주 등 경선이 남은 주에 집중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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