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머리수리 개체수 급감…인간이 푼 독극물 탓

아프리카 대머리수리 개체수 급감…인간이 푼 독극물 탓

입력 2015-08-27 16:30
수정 2015-08-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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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하면 쉽게 회복 안 돼 자칫 멸종 위기 처할 수도”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인간이 동물 사체에 독을 바른 탓에 이를 먹는 자연의 청소부 대머리수리 개체수가 급감, 자칫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자 케냐 마사이 마라 현지발 기사에서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케냐 마사이 마라 자연보호구역에 이르는 누 떼의 이동 경로에서 대머리수리 개체수가 급감하는 바람에 낙오해 죽은 누 떼의 사체가 오랫동안 방치되는 상황이 빚어진다고 전했다.

약 30년에 걸쳐 아프리카 전역에서 대머리수리를 연구한 다르시 오가다 박사는 8종의 대머리수리 수가 6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가운데 7종은 3대에 걸쳐 80% 이상 줄어드는 비율로 감소한다는 내용이 ‘멸종을 향해 무너지는 아프리카 대머리수리’라는 제목으로 올여름에 나온 학회지 ‘보존레터’(Conservation Letters)에 발표됐다.

오가다 박사는 “대머리수리는 분명히 (가스 분출 위험을 알리는) 탄광 갱도 속의 카나리아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렵꾼들은 동물 사체 상공을 떠도는 대머리수리로 공원 감시원이 밀렵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대머리수리를 독살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대머리수리떼는 30분만에 코끼리 사체를 발견하지만 밀렵꾼이 코끼리 상아를 잘라내는 데는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에서는 자연보호의 초점을 코끼리나 사자 같은 대형 동물에 맞추고 있어 대머리수리는 보호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마사이 마라 보호구역에서는 지난주 90만 마리의 누 떼가 마라 강을 건너면서 수천마리가 늘 그렇듯이 짖밟혀 죽었다. 그러나 그 사체가 방치된 채 썩어가는 것은 늘 있는 일이 아니다.

10여년전만해도 누떼 사체는 1주일 내 모두 처리됐으나 지금은 대머리수리가 모자라 방치된 채로 썩고 있는 것이다.

야생 조류 보호를 목적으로 삼는 페레그린 재단에서 아프리카-남아시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무니르 비라니 박사는 “10년 전 인도 대머리수리가 급감했는 데 조사결과 가축용 진통제에 조류가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인도에서 2006년부터 진통제 사용이 금지됐으나 이미 97%가 줄어든 대머리수리 개체수는 회복되지 않았다.

대머리수리가 줄어든 인도에서는 들개가 급증해 광견병이 크게 퍼지는 등 생태계 붕괴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머리수리는 매우 강한 산성의 소화액을 가진 덕분에 부패하거나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안전하고 쉽게 소화할 수 있어 천연의 청소부로 불린다.

아프리카 대머리수리 개체수 감소는 가축을 공격한 들개를 죽이려 가축 사체에 독을 바르는 아프리카 유목민의 풍습 탓도 있다.

페레그린 재단은 마사이 부족의 한 젊은이를 사우스 캐롤라이나 클림슨 대학교로 초청해 가르친 다음 돌려보내 부족의 풍습을 바로잡으려 시도하고 있다.

비라니 박사가 고용한 마사이 부족의 올레 사이로와는 “대머리수리가 서너마리 누 사체를 깨끗이 없애는 데 예전에는 5분 걸렸는 데 지금은 20분 걸린다”고 전하면서 “대머리수리가 계속해 없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초원은 앞으로 썩는 냄새로 가득찰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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