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타결> 중동 양강 이란-사우디 패권전쟁 점화

<이란 핵타결> 중동 양강 이란-사우디 패권전쟁 점화

입력 2015-07-14 16:58
수정 2015-07-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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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군비·종파 대리전 고조 전망

14일(현지시간)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족쇄와도 같았던 경제·금융 제재가 풀리게 되면서 중동의 패권을 둘러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간 ‘전쟁’의 총성이 울렸다.

이란은 사우디 못지 않은 원유·천연가스를 보유했지만 서방의 제재 탓에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제재 하의 원유 수출량만 봐도 사우디의 거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타결로 이란은 원유수출이 정상화되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사우디는 이란과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우디는 핵협상 타결이 가시화하자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저유가에도 산유량을 줄이지 않고 최근 역대 최고 생산량 기록을 갈아치우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석유차관은 5일 “우리는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는 파일럿”이라며 제재가 해제되기만 하면 원유 수출량을 현재 일일 120만배럴에서 230만배럴로 올리겠다고 장담했다.

제재가 풀리기도 전에 이란은 로열더치셸, 토탈, 에니, 비톨그룹 등 유럽 에너지 회사와 접촉했다.

원유·천연가스 수출이 재개되고 1천억달러 이상으로 알려진 해외 동결자산이 이란 정부의 재정이 두둑해진다면 사우디와 군비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우디의 국방 예산은 808억 달러로 세계 3위 수준이었다.

이란의 지난해 정확한 국방예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IPRI는 2012년 기준 127억달러로 집계했다. 이는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제외한 수치이긴 하지만 같은해 사우디가 565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자금줄이 트이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공산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일 “사우디는 경제 제재가 풀린 뒤 더 과감해지게 될 경쟁자 이란을 우려한다”며 “이란의 잠식을 의식해 미국에서 최신 무기를 사들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을 불신하는 사우디는 핵협상 타결에 대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합법적 권한을 얻은 것으로 인식하는 터라 사우디가 핵기술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예측은 주로 핵협상을 반대하는 사우디와 미국의 보수 강경파에서 제기한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월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시절, 이란 핵협상의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 “사우디는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답해 핵기술 개발을 시사했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종파적 갈등도 첨예해질 수 있다.

이란이 핵협상 타결을 발판삼아 ‘이슬람국가’(IS)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이라크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높인다면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사우디도 좌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아울러 시아파 이란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시리아의 반군 지원과 예멘 시아파 반군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소수 수니파 기득권층과 다수 시아파 국민의 대립으로 불안정한 바레인에서도 양국의 대리전을 예상할 수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사우디는 이란의 시아파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바레인에 지상군을 급파, 유혈진압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사우디는 전통적 맹방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지만 이미 그 대안으로 프랑스와 밀착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면서 대미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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