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이거 2천238배·사티아 나델라 2천12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CEO의 연봉이 기업 실적에 연동된 경우가 많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데다가, CEO가 직원보다 몇 배를 가져가는지를 기업들이 공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CEO의 직원 대비 연봉 비율을 공개하도록 하는 ‘도드-프랭크 법’이 2010년 통과된 데 이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13년 세부 방안을 마련했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설립자인 딘 베이커에 의뢰해 자체로 산정한 주요 기업 CEO의 연봉 비율을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EO의 작년 연봉은 연봉 분석 기관인 에퀼라(Equilar)의 자료를 활용했으며, 직원 연봉 중간값은 노동통계국의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직원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의 연봉을 받은 CEO는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로 무려 2천238배에 이르렀다.
그의 작년 연봉은 4천370만 달러(약 478억 원)였던 데 비해 월트 디즈니 직원들의 연봉 중간값은 1만9천530달러였다.
월트 디즈니의 대변인은 “아이거 연봉의 92%는 실적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작년에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해 회사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상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직원들보다 2천12배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대변인은 “나델라의 작년 연봉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실적이 좋아야 실제로 가져가는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오라클의 설립자이자 CEO인 로렌스 엘리슨은 직원보다 1천183배, 퀄컴의 스티븐 몰렌코프는 1천111배, 스타벅스 설립자이기도 한 하워드 슐츠는 1천73배의 연봉을 각각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퀄컴의 대변인은 몰렌코프의 작년 실제 연봉은 절반 이하라고 주장했으며, 스타벅스의 대변인은 “CEO의 연봉은 실적과 연동돼 있으며 이사회에서 그의 경쟁력과 회사에 대한 가치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분석이 정확한 통계가 없어 “대략적인 추정”이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규정이 없다고 해서 기업들이 CEO의 연봉 비율을 밝히지 않는 것은 정말로 나쁜 행위”라며 공개를 촉구했다.
한편,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작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 CEO의 직원대비 연봉 비율은 1965년에 20배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295.9배로 치솟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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