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지지 세력, 군부 반대 시위에 이용할 가능성…직접적 파장은 미미할 듯
’현대판 파라오’로 불린 호스니 무바라크(85) 전 대통령의 석방이 이집트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30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끝에 2011년 ‘아랍의 봄’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무바라크는 이날 오후 수도 카이로 남부에 있는 토라교도소에서 풀려나 인근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무바라크 석방은 ‘권위주의 통치’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어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무바라크를 지지해 온 구정권 측근 세력의 결집으로 세속·자유주의자들의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과 함께 그의 석방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열릴 개연성이 크다.
시민혁명 당시 85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반발이 따를 것도 예상된다.
또 지난달 군부에 축출당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무바라크 석방을 과도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바라크 석방으로 무바라크 집권 시절에 임명된 현 사법부 수장과 과도정부에 비난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와 무르시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대립 구도와 맞물려 정국은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바라크 석방으로 일시적인 혼란은 예상되지만, 정국 전반에 직접적으로 미칠 파문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집트 정치 분석가인 아흐메드 샤즐리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석방에 반대하는 시위는 일어날 수 있지만 정국 혼란을 일으킬 정도의 대규모 시위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 국민 다수와 군부는 무바라크 석방을 또 다른 문제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바라크가 이집트 국민의 인식에서 ‘사형’과 다름없는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무바라크 석방 자체가 ‘큰 사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권력을 잃은 무바라크가 국민 다수에게 이미 ‘부패한 독재자’로서 확실하게 낙인찍혀 정치 일선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군부도 무르시 축출 사태 이후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터라 무바라크 추종자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기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주 초부터 이집트가 외관상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집트는 지난주 군부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진압하고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해 전국에서 1천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극도의 혼란을 겪었으나 지난 18일부터 일반 기업과 관공서는 낮 시간대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20~21일에는 전역에서 이렇다할 시위대와 군경의 유혈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카이로의 차량 흐름도 평소처럼 되돌아왔다.
카이로 시민 알긴드 이스마일(40)은 “무바라크는 이집트 국민 사이에서 더는 중요한 인물이 아닌 과거 독재자일 뿐”이라며 “그의 석방을 둘러싼 논란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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