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격 퇴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는 28일(현지시간) 퇴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65대 교황에 즉위한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78세의 고령으로 1730년 즉위한 교황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에 최고령 교황으로 선출됐다.

가톨릭 성직자 성추문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일부에서 교황의 자진 퇴위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교황은 이에 대해 “위기에서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이 악화돼 퇴위 요구가 대두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혼란이 빚어졌던 것을 고려, 자신의 건강이 더 악화되기 전에 자진 퇴위를 발표함으로써 가톨릭 교회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네딕토 16세는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세계 각지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바티칸에서 열리는 미사를 거의 빠짐없이 집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면서 대중과의 적극적인 의사 소통에 나섰다.
그럼에도 베네딕토 16세의 건강 악화설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온 교황은 2011년 10월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공식 석상에서 지팡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교황이 노쇠하고 피로한 기색을 여러 차례 드러내면서 지난해 4월 교황이 85회 생일을 맞이한 이후 자진 퇴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베네딕토 16세는 265대 교황으로서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에 맞서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주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 등에 반대하고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 가톨릭의 현대화를 가로막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황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로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의 마르크트암인에서 태어났다. 프라이싱 신학대와 뮌헨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신학 수업을 받은 교황은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977년 뮌헨 대주교로 발탁됐다. 50세의 나이로 추기경에 오른 그는 1981년부터 바티칸 신앙교리성 수장직을 맡아 24년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보필하다 2005년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선언으로 차기 교황 선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에서 신임 교황이 선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단은 69개국 203명으로 파악됐다. 추기경단은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외부와 격리된 채 새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비밀회의를 계속해야 한다.
한편 유럽 각국과 종교계 지도자들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퇴위를 발표한 이후 교황에 대해 존경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교황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최고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영국과 교황청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지도자로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교황의 결정에 대해 “마음이 매우 무겁지만 교황의 결정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한다”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언행이 일치하고 기도와 예배에 헌신적이었던 교황의 삶에 대해 하느님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교황을 축복해 줄 것을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3-02-12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