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컬럼비아大 연구진 175개국 사례 분석
기상 이변의 주 원인인 엘니뇨 현상이 적도 부근 열대 국가들의 내전 발생 위험률을 2배쯤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통 3~7년 주기로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아지는 엘니뇨와 이와 반대로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은 해상과 대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이상 기후를 일으키고, 갑작스러운 질병 증가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자연적인 기상현상이 내전 발발 등 사회안정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처음이다.
논문의 주 저자인 솔로몬 히시앙 교수는 “기후가 내전 발생의 독자적인 변수는 아니지만, 사회적 불평등, 가난, 분열 등이 내재한 상태에서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면서 “(기후 악화로) 농작물을 망치면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총을 든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가난한 나라일수록 기상이변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엘니뇨 남방진동의 영향권에 있는 선진국 호주에서는 내전이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페루에서는 1982년 강력한 엘니뇨의 발생으로 농작물 수확이 크게 감소했을 때 게릴라 조직이 들끓었고, 이는 20년간 내전으로 이어졌다. 수단에서도 엘니뇨 현상이 있었던 1963년과 1976년, 1983년에 내전이 발발했다. 이 밖에 1982년 엘살바도르, 필리핀, 우간다에서 발생한 내전과 1991년 앙골라, 아이티, 미얀마 내전, 1997년 콩고, 에리트레아, 인도네시아 등의 내전도 엘니뇨 현상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공동 저자인 카일 멩 교수는 “엘니뇨의 발생 시기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열대 국가 정부들은 내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위험 요소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1-08-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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