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중 보안 어떻게 뚫었나…도난물품 일부 쓰레기통에…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전시품에 대한)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갑자기 훔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통신 웹사이트
11일 밤 체포된 ‘자금성 보물 도둑’ 용의자 스바이쿠이(石柏魁·28·가운데)가 공안들에게 끌려 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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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같은 경비망을 뚫고 베이징의 자금성(현 고궁박물원) 내 전시물을 훔쳐 내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스바이쿠이(石柏魁·28)는 절도성공 58시간 만인 11일 밤 공안(경찰)에 붙잡혔다. 160㎝도 안되는 작은 체구인 그는 “처음부터 훔칠 생각은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안은 현장에 남아 있던 지문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산둥성 차오(曹)현 출신인 스바이쿠이를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다가 이날 밤 펑타이(豊臺)구의 한 PC방에서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그는 절도 이유에 대해 “돈이 궁해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잡혔지만 스바이쿠이가 3중, 4중의 자금성 보안 시스템을 통과할 수 있었던 과정 등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산적해 있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 등 언론들은 12일 일곱 가지 미스터리를 제기했다. 전시장의 감시카메라 등 보안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자동경보는 왜 울리지 않았는지, 혐의자를 발견했으면서도 왜 도망가도록 놔뒀는지, 범인은 어떻게 자금성을 빠져나갔는지, 어떻게 다음 날 도둑당한 걸 알았는지, 범인이 자금성의 입체 보안 시스템을 뚫고 어떻게 전시물을 빼낼 수 있었는지, 자금성 재개방 조건은 충족됐는지 등이다.
평소 자금성은 4중의 보안망이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1600개의 절도 경보기와 3700개의 화재 경보기, 400여개의 감시 카메라가 자금성 경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수도제1보위처’로도 불리는 고궁보위처 소속 경비원 240여명이 상시적으로 순찰하고, 1987년 도난사건 이후에는 경찰견까지 보안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이 밖에 전각마다 철창과 방탄 유리를 설치해 도둑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중요 물품은 금고에 보관하는 데다 각종 문은 폐관 후 자물쇠로 잠근다. 이런 철통경비를 뚫고 스바이쿠이가 수십억원대의 전시품들을 훔쳐 몇 겹의 문을 통과한 뒤 유유히 자금성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내부 협조자가 있거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바이쿠이의 절도 후 행적도 의아하다. 희귀보석 등으로 장식된 화장함을 비롯한 도난 물품 9개 가운데 2개는 자금성 내 담벼락 밑에서 훼손된 채 발견됐다. 베이징일보는 스바이쿠이가 일부 물품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공개적으로 용의자로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인이 멀리 도망치지 않고 베이징 시내 PC방에서 잡힌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1-05-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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