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두 이별/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두 이별/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7-18 23:28
수정 2016-07-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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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간격으로 두 번의 큰 이별을 겪었다. 가깝게 지내던 고향 친구를 떠나보냈고, 며칠 뒤 구순의 아버지를 여의었다. 친구는 요즘 세태엔 어울리지 않는 순둥이였다. 싫은 내색을 할 줄 몰랐다. 아무리 어려워도 아쉬운 소리 한번 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엔 어렵게 연 가게에서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다. 하는 일마다 지지리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착하니 언젠가는 운이 틜 것으로 믿었다. 그런 그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나이 쉰이 넘어 심야에 대리운전 광고판 트럭을 운전하다 앞차를 받고 숨졌다.

벽제 화장장에서 친구에게 이별을 고한 뒤, 미처 그의 죽음이 느껴지기도 전에 아버지가 운명하셨다. 근력이 다할 때까지 일을 놓지 않은 전형적인 농군이셨다.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일본에 다녀오셨고, 6·25 말기엔 서른에 전장에 끌려가셨다. 입이 무거워 흔한 무용담 한번 들려주지 않으셨다. 오랜 노환 때문인지 임종이 놀랍지는 않았다. 한데 날이 갈수록 내 어릴 적 아버지 모습이 생생해진다. 무언가 자꾸 목구멍을 역류해 넘어오려 한다. 삼키면 목이 아프다. 친구의 고되었던 삶과 선친의 인생 굴곡이 오버랩돼 눈앞을 흐린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7-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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