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티눈의 반란/박찬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티눈의 반란/박찬구 논설위원

입력 2013-12-26 00:00
수정 201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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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0.3㎜, 높이 0.1㎜. 오른손 집게손가락 첫째 마디 끄트머리에 볼록렌즈처럼 티눈이 달려 있다. 벌써 몇 개월은 된 듯하다. 손바닥 안쪽에서 눈높이에 맞춰 보면 영락없이 청동기시대 남방형 고인돌을 닮았다. 컴퓨터 자판이나 출입문 모서리에 무심코 부딪힐 때마다 좁쌀 만 한 티눈이 온몸의 신경을 건드린다.

한두 달 전에는 지금의 3배까지 키가 자라 아침저녁으로 찌릿찌릿한 고통이 여간 아니었다. 참다못해 일회용 밴드로 손가락 마디를 감아 티눈을 눌렀더니 눅눅한 피가 찔끔 흘러내렸다. 며칠 뒤 티눈은 가라앉아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곤 습관이 생겼다. 자판을 두드리는 사이사이, 정확한 단어가 무엇인지 머릿속을 맴돌 때, ‘요놈, 요놈’하며 티눈 머리를 오른쪽 왼쪽으로 쓸어도 보고 버섯 줄기 같은 아랫도리를 들춰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언제쯤 다시 키가 자랄까’, 속으로 실없이 묻는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모를 일이다. 티눈도 정(情)인지, 내 몸 안의 은밀한 반란이 그리운 것인지….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3-12-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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