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상(賞)/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상(賞)/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3-01-17 00:00
수정 201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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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 방학을 맞아 집에 놀러온 초등학교 1학년 조카 녀석이 어느 날 느닷없이 A4 용지에 쓴 상장을 내밀었다. ‘이모 최우수상장’이다. 내용인즉 ‘이모는 너무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줘 이 상을 줍니다’라고 쓰여 있다. 조카로부터 받은 이 작은 격려는 요즘 삶의 활력소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나만 상을 받은 게 아니다. 평소 조카들을 데리고 영화관을 들락거린 남편은 영화를 많이 보여준 공로로 상을 받았다. 최우수상보다 한 단계 위인 ‘이모부 대상’을 거머쥐었다. 상장에 하트까지 그려져 있는 유일한 상이어서 남편은 더욱 신났다. 자기 엄마한테는 맛있는 요리를 해줬다며 ‘엄마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글씨가 삐뚤빼뚤 그림처럼 그려져 있지만 수상 선정 이유는 나름대로 정확한 자신의 판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조카의 상장 남발로 집안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종이 한 장으로 가족들을 우쭐하게 만든 조카의 놀라운 능력. 이제 수상자들은 저마다 녀석한테 각자의 장기로 더욱더 ‘충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0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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