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한 고양이 작가
에비게일 터커는 ‘거실의 사자’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고양이가 인터넷을 휩쓴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정복 과정에서 가장 최근의 승리일 뿐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고양이들은 세계 정복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그저 하루하루 고된 현장에서 악전고투하거나 묵묵히 견뎌 낼 뿐이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늘 그랬듯이 그들은 스스로 답을 찾으며 주어진 환경을 살아간다.

백설처럼 하얀 고양이가 오랜 풍상에 때를 탔지만 자세만은 꼿꼿하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녀석은 ‘가던 길 가시오’ 하면서 예의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사실 고양이의 발바닥은 지방과 각질층으로 이루어진 패드 부분이 있어서 우리가 느끼는 차가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이 패드는 에어쿠션 역할을 함으로써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충격을 흡수하고, 조심스럽게 이동할 때면 자체 음소거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능도 한계가 있는 법. 혹독한 추위에 눈밭이나 얼음 위를 걷다 보면 도리가 없다. 꼬리털의 따뜻함이라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발 시린 고양이가 찾아낸 이 방법은 한편으로 짠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귀엽고 기특해 보인다. 그래, 언제나 답은 우리 발밑에 있는 것이지.
2023-02-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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