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세돌 1승이 우리에게 준 희망

[사설] 이세돌 1승이 우리에게 준 희망

입력 2016-03-14 18:08
수정 2016-03-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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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3연패 후 1승을 거두자 국민들이 안도하고 열광하는 까닭은 희망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희망과 함께 떠오르는 얘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항아리다. 판도라의 상자로 잘 알려진 이 이야기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러나 아담과 이브의 스토리가 종교색이 짙다면 판도라의 상자는 더 인간적이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짝을 맺어 준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남편인 에피데우스의 집에 세상의 온갖 해악을 담아 둔 항아리를 연 주인공이다. 호기심 많은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자 모든 해악들이 세상으로 나가 인간 세상을 암울하게 만들었지만, 희망만이 남아 있었다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을 보면서 우리는 희망마저도 잃는 것 아니냐 하는 공허감과 충격을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대표로 출전한 이세돌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신의 한 수’가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어쩔 수 없는 한 수’로 희망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것이 온 국민이 열광하고 희망을 노래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기념비적인 바둑 대결은 이 밖에도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선 멀게만 느껴지던 창조경제라는 화두가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 창조경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교육이다. 창조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지식의 축적과 융합에서 나온다. 개발시대 교육은 기계화된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있었다. 이렇게 성장한 한 분야의 전문가는 기계인 로봇과 다를 바 없다. 창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절름발이 교육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부와 각급 학교 책임자들은 이세돌이 영국에서 태어나고 허사비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두 사람의 역할이 서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융합과 창조를 외치면서도 기초과학과 인공지능이라는 응용과학 분야의 빈약한 투자에 대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세돌의 연패 소식에 인공지능과 사물인식 및 가상현실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 우선을 두고, 연구인력의 인건비 비중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방증이다. 연구에만 집중해도 먹고사는 문제를 국가에서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이나 다름없다. 이세돌의 1승을 교훈 삼아 ‘희망의 과제’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겨 나가야 한다.
2016-03-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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