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부싸움/김막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부싸움/김막동

입력 2019-03-14 17:46
수정 2019-03-15 03: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부부싸움 / 김막동

첫 애기 낳고

칠월백중에 놀았소

비석 치고 편을 갈라 갖고

금성댁네 집에서 여자 남자 쳤든가 몰라

남자하고 비석 쳤다고 남편이 뭐라 하네

오늘 저녁에 뭐라 하고

내일도 뭐라 해서

공동산 몬당에 죽어 블라고 갔네

긴그라 먹고 단것 먹으면 죽은단께

갔더니 뒤를 밟았는 갑써

목구멍에 피가 넘어오게 파내네

보둠고 파낸께

그 와중에도 왜 부끄란가 몰라

동네 탄금양반이 지나가네

섬진강 자락 곡성 산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평생 처음 시를 썼다. 그 시들이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시집으로 나왔다. 백중날 젊은 아낙은 동네 남정들과 어울려 비석치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계속 궁시렁거렸고 시달린 아낙은 죽으려고 공동묘지 언덕에 올라 농약을 마신다. 남편이 쫓아와 목구멍을 파내는데 보듬고 파내니 참 부끄러웠다. 동네 탄금양반이 지나가며 보니 이 일을 어쩌남. 인간 본성의 정직함과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난 시. 사이비 수사와 진정성 없는 언어유희로 범벅이 된 오늘의 우리 시가 이 시 앞에서 참 부끄럽다.

곽재구 시인
2019-03-15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