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窓] 우리 사회도 항상성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생명의 窓] 우리 사회도 항상성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입력 2014-10-04 00:00
수정 201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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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현악기 소리가 더 예민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가을이다.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그런데 낮에는 아직 더워 일교차가 10도를 넘는다. 이렇게 외부 온도 변화가 심하지만 우리 몸의 온도는 늘 36.5~37도다. 어떻게 외부의 온도가 계속 바뀌어도 몸의 체온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바로 항상성(恒常性) 덕분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정말 우리 몸이 항상성을 갖고 조절되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항상성은 모든 생명체가 갖는 특성으로 외부의 여러 가지 조건 변화에 대응해 생명체의 내부 환경을 안정적이고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특성을 말한다. 쉬운 예가 바로 체온이나 몸의 산성도가 생체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 조건이 변해도 생체 내부 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수많은 생화학 반응들이 몸안에서 문제없이 일어날 수 있기에 항상성은 생명 유지에 너무나 중요하다. 또한 생명체가 갖는 항상성 조절 능력 덕분에 우리는 넓은 범위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효율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항상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한 가지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관 기관들이 긴밀하게 소통해서 같은 방향으로 조화롭게 움직여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건은, 하나의 변화에 대한 반응이 반대편의 극단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항상성이라는 단어는 항상 나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시계추를 생각나게 한다. 외부 조건의 변화에 의한 몸의 반응이 어떤 범위 내에서 조절돼야 생명체는 평안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밖의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의 기관들은 서로 소통해 전체적인 몸의 온도를 낮추자고 결정하고 일관되게 몸의 온도를 낮추는 반응의 스위치를 켠다. 이렇게 하여 몸의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너무 내려가지 않도록 온도를 낮추는 스위치가 꺼지고 낮아진 몸의 온도가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다시 몸의 온도를 올리는 반응의 스위치를 켜도록 돼 있다. 그래서 체온은 일정 온도 범위에서 조절된다. 그런데 밖의 온도가 올라가는 조건에서 몸의 기관들이 소통하지 않아 모두 다른 결정을 내려 몸의 온도를 올리거나 낮추는 스위치가 중구난방으로 켜진다고 생각해 보자. 또 한 번 켜진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생존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상성의 눈으로 요즘의 우리 사회를 보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소통과 타협이 부족해 모두 중구난방으로 자신의 스위치를 켜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 발전은 차치하고 그 사이 유기체인 우리 사회가 건강함을 잃고 위험에 처하게 될까 조마조마하다. 대다수 국민이 평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소통해 그 중간쯤으로 사회가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어찌 보면 우리 사회는 항상 다수의 중간 목소리보다 양 극단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기에 평안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생체의 항상성 조절 기능을 따라 만들어진 실내 자동온도조절장치처럼 우리 사회도 시스템적으로 양 극단으로 가지 않고 일정 범위 내에서 의견을 조정하고 타협할 수 있는 시계추 같은 생체의 항상성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안정을 바란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변화에 대응한다고 한 극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보수와 진보, 발전과 분배의 범위 그 어느 중간에서 균형을 찾아갈 수 있을 때 국민이 평안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4-10-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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