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아 산업부 기자
본인 정보 유출을 확인하고 카드 재발급까지 받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금융당국의 정보유출 대책을 취재하면서 한편으로는 받지 않는 카드사의 콜센터에 전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취재차 은행에 들렀을 때 온 김에 카드 재발급을 신청해볼까 생각했지만 바로 포기했다. 대기번호만 수십 번이 넘는 것을 보고 직장인들이 재발급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국민을 이처럼 경악하게 한 것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한 카드를 만드는 신용카드사가 이처럼 허술하게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가 공공재가 됐다며 농담처럼 말하고 스팸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은 새벽잠도 없는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오는 대출 상담 문자메시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겨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내 개인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유출됐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폭발성이 더 컸다. 이번 사건처럼 크게 터지지 않았다면 각자의 개인정보가 공유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취재를 위해 전화로 대책을 물어봤던 한 교수는 “그동안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하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사건이 터지니까 이제서야 이것저것 대책을 마련하는데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대책을 그동안 왜 무시했는지 사건이 터진 게 오히려 다행 아닌 다행”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언젠가 어디서든 터질 일이었는데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가 앞으로 3개월 동안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이 일이 징계 당사자인 카드사뿐만 아니라 금융권, 기업 전체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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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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