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비고시 고위 공무원 더 나와야/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비고시 고위 공무원 더 나와야/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4-02-10 00:00
수정 201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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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고시 출신이 아닌 인재를 중용해 조직 안에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공정위 국·과장 간부가 대부분 행시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비(非)고시 출신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고시(행시 23회) 출신으로 평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온 고위 관료의 형식적인 멘트로 간주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조달청장과 방위사업청장 등 외청장을 거치며 경험한 공무원 계급 체계의 변화 필요성을 에둘러 표현한, 담론(談論)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무원 100만명 시대지만 여전히 공직사회는 ‘고시=능력자=우수’라는 등식이 유지되고 있다. 비고시가 고위 공무원을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이요, 환상이 돼 버렸다.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3년 공무원 총조사’ 결과는 공직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뒷받침한다.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5급(사무관)까지 승진하는 데 평균 25.2년, 7급으로서 4급(서기관)에 승진하려면 22.1년이 걸렸다. 국가 일반직 공무원의 공직 입문직급 비중은 9급이 69.6%로 가장 높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일정 직위에 오르면 ‘나이’라는 벽에 막혀서 더 이상 나아갈 길조차 없게 된다. 지방직 공무원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최초 임용직급에 기초한 직급체계가 공직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승진 기회가 적다 보니 하위직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고, 이는 미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스스로 자기계발을 포기하게 하는 연쇄 작용을 야기한다.

반면 고시 출신들의 불안감도 크다. 중앙부처에서는 40대 초·중반에 국장 승진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기에는 빨리 올라간 만큼 빨리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이 간과된다. 국장으로 6~7년 근무하다 승진을 못하면 알아서 나가던지, 눈치와 원성을 감수하며 자리를 지키는 처지에 몰린다. 50대 초반에 내몰리다시피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경험·노하우는 호사스러운 수사에 불과하다. 인재 양성은커녕 능력을 보유한 인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비정상’이 깨지지 않고 있다.

2010년 정부가 직급체계의 불균형 문제를 인식하고 개편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일언반구’가 없다. 공무원 중 대졸 이상 학력자가 70.3%로 우리나라 25세 이상 인구의 대졸 이상 학력자(24.4%)보다 월등히 높다. 7급 공무원의 역량이 결코 고시 출신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직급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9~6급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재직자 훈련도 확대돼야 한다. 고시 출신도 승진보다 경력관리를 강화해 긴 호흡으로 공직을 설계하고 업무를 주도할 수 있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번거롭고 쉽지 않지만 진정 공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재점검해야 할 때다.

skpark@seoul.co.kr
2014-0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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