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휘청거리는 유럽/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휘청거리는 유럽/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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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최근 몇 년간 유럽이란 이름 뒤엔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기 일쑤다. 유럽발 뉴스치고 밝고 희망적인 뉴스를 본 적이 까마득할 정도다. 금융 위기를 맞은 국가들이 고육지책으로 실시하고 있는 극심한 긴축재정은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정치 불안으로까지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틈을 타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선거 때마다 극우나 포퓰리즘이 경계의 수준을 넘어 위험 수준으로 세력을 늘려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진원지이자 최대 피해자이기도 했던 유럽은 오랜 국가 간, 민족 간 갈등과 분쟁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번영이란 가치 위에 유럽연합(EU)이란 집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심화와 확산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단순한 경제공동체에서 시작해서 통화 통합에까지 이르렀으며, 외교나 안보 분야에서도 나름의 진전을 해왔다. 회원국도 6개국에서 27개국으로 확산되었다. 문제는 이 복잡한 과정에서 유럽 통합의 민주적 절차 결핍, 즉 유럽시민과의 괴리가 자주 지적되곤 했다. 불행히도 이런 현상은 유럽의 위기와 더불어 위험할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1948년에 창립된 미국 시민단체인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의 산하기구인 퓨 리서치센터는 2002년부터 글로벌 애티튜드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여론을 비교 연구하는 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오랜 기간 유럽시민들에게 유럽 통합은 현실의 필요이고, 장래의 희망이자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올해 조사 결과를 보면 유럽 통합의 현주소는 매우 어둡다.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는 물론 특히 프랑스 여론의 변이가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유럽 통합에 관한 한 프랑스의 여론은 매우 호의적인 독일·벨기에·네덜란드, 그리고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남유럽 국가들의 중간 정도였다. 그런데 올 들어 일종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2002년 유럽 통합에 대한 프랑스의 우호적인 여론은 60%로 여전히 높았지만, 올해 41%로 급락했다. 최초로 유럽 통합에 대한 프랑스의 여론이 남유럽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 주목을 요한다.

이런 유럽의 위기를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도 편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고위 관료들은 공식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데 매우 신중하지만, 내심 유럽 위기에 따른 고민이 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퓨 리서치센터 소장인 브루스 스톡스는 지적한다. 그 이유는 세계 경제에 미칠 유럽 위기의 악영향과 미국의 대러시아, 대중국 등의 외교정책에 파트너로서 강력한 유럽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위기는 금융위기로부터 발단이 되었지만, 사실 유럽의 위기는 통합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심각한 의욕상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결핍, 힘들고 오랜 통합과정에서 오는 피로감, 그리고 유럽 통합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늙은 대륙의 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 가장 월등한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이란 점에서도 유럽의 존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럽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합의 길을 제시한다면, 이는 인류 전체의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3-05-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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