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 추정’ 채팅 대화는 뭘까…공정위 전문성 논란(종합)

‘CD금리 담합 추정’ 채팅 대화는 뭘까…공정위 전문성 논란(종합)

입력 2016-07-06 15:06
수정 2016-07-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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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사실 잘못돼 전원회의서 심사보고서 내용 철회하기도
채팅방 대화 내용 해석 공방…사실상 은행 측 판정승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예금)금리 담합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공정위 사무처가 다소 무리한 추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년 조사 기간이 무색하게 심사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아예 사실과 달라 전원회의 중 보고서 내용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정위 사무처가 담합 추정의 근거로 제시한 채팅방 내용에 대한 해석 공방도 뜨거웠지만 사실상 은행 측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났다.

◇ “은행채와 CD금리 비교 자체가 무리”…기초조사도 허점

6일 공정위 심사보고서와 은행 측의 반박을 종합하면 공정위 사무처가 주장하는 담합의 근거는 크게 6개 은행이 외견상 일관된 행위를 했다는 것, 담합을 추정할만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것 두 가지다.

공정위는 CD금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경직돼있었다며 잔존만기가 3개월인 은행채 금리의 움직임과 비교해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금융전문가를 동원해 만기가 같다는 이유로 장기채인 은행채와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CD금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즉 은행채는 거액을 장기에 조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경우가 많지만 CD는 3개월의 단기조달 수단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9년 당시 은행 예금잔액에서 CD는 제외해서 계산하도록 한 예대율 규제 탓에 CD발행이 급격하게 줄었고 결국 CD금리가 시장과 무관하게 전날 고시수익률을 기준으로 결정되면서 경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해명도 설득력을 얻었다.

은행 측은 2012년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됐지만 CD금리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들며 현장조사가 시작됐는데 담합이 있었다면 왜 깨지지 않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어느 ‘간 큰’ 실무자가 공정위가 현장 조사를 벌이는 와중에 담합을 계속하겠느냐는 의미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장조사 당시 은행금리 문제가 주요 조사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실무자들이 담합을 계속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심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관계가 아예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

농협 측 변호인은 전원회의 중 “공정위가 농협이 특수은행고시수익률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는데 농협은 기업·산업은행과 달리 CD금리 관련해서는 특수은행수익률을 적용받지 않는다”라며 “이는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사무처 측은 이에 대해 “관련 내용은 철회하도록 하겠다”라며 오류를 인정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은행별 대출잔액 자료를 보여주며 은행이 CD금리를 높게 유지해 부당하게 대출이자 수익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단순히 대출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CD금리와 연동되는 다양한 포지션의 파생상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모두 고려하면 은행 측이 CD금리를 높게 유지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 채팅방에선 무슨 일이…“담합 추정 가능” vs “앞뒤 잘라 왜곡”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추정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주목을 받은 채팅방 대화에 대한 공방도 뜨거웠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이 2005~2009년 차입금리를 고의로 낮춰 어려운 자금 사정은 은폐했다 적발된 리보 사태의 중심에도 메신저 채팅과 이메일이 있었다.

해당 은행들은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50억 달러(약 5조3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벌금 제재를 받았다.

이번 CD금리 담합 의혹 사건이 ‘한국판 리보 사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사무처 심사관은 채팅방 대화에서 ‘네가 올려라’ ,‘CD금리 올라야 하는데 안 오른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등의 대화가 등장했다는 점을 들며 채팅방에 ‘CD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 현장 조사 당시 채팅대화 내용을 삭제하라는 말도 공지됐다며 이를 통해 충분히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이에 대해 사무처가 앞뒤 맥락을 잘라 대화 내용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가령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라는 말의 경우 앞서 한 채팅참가자가 ‘CD금리를 200bp 올리자’라는 허황된 말을 했고 여기에 대해 아무도 그렇게 할 사람이 없다는 뜻에서 나온 대화라고 설명했다.

또 ‘CD가 왜 같은 금리로 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는 한 채팅참가자의 말을 언급하며 채팅방 참가자들은 담합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채팅방 참가자들이 대부분 은행채 담당자들이고 이중 일부는 계열사에 파견돼 CD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점도 반박 근거로 제시됐다.

상임위원들은 양측의 공방에 대해 “CD에 관한 대화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합의 내용과 관련한 대화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사실상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이렇듯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하면서 공정위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필요한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며 “금융 관련 전문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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