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재 비중 커 수입거부 땐 中 역풍
우리 정부는 일단 차분한 반응입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생각할 것이며 경제적으로 큰 보복성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6%나 되는데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는 바짝 안테나를 세우며 부산하게 움직였던 정부가 이번에는 예상보다 더 여유를 부리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기재부 사람들과 경제 전문가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 바탕에는 한·중 무역 고유의 특성이 깔려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산업연관표(WIOD·2011년 기준)를 분석한 데 따르면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84%가 최종 소비 제품이 아닌 ‘중간재’입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한국으로부터 부품, 반제품 등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구조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이 한국산 제품 수입을 거부하면 외려 자국 내 휴대전화, 통신장비, 가전제품 등 제조·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부품 가운데 70%가 전자통신기기와 전기기계 부품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 측 입장에서 한국산을 대체할 중간재는 일본산인데 브렉시트 이후 엔화 가치가 폭등하면서 더 비싸졌고, 자국산 부품은 기술력 한계로 당장 한국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비관세 벽 갈수록 높여…철저 대비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하긴 이릅니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돌아섰습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입니다. 부품과 소재를 단순 조립해 되파는 가공무역을 지양하고 소프트웨어 산업과 소비 시장을 키우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최근 한국산 가공식품, 화장품, 패션, 생활용품 등 소비재에 대한 위생·검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포장이나 상표가 기준 미달이라는 꼬투리를 잡아 통관을 안 시켜 주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합니다. 과도하게 보복을 두려워할 것도 없지만, 중국 측에서 모종의 조치에 나설 가능성에는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6-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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