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파문이 전 지점장 김모(56)씨의 자살을 계기로 우리은행 옛 수뇌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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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회현동1가에 위치한 우리금융그룹 본사와 우리은행 본점. 우리금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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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회현동1가에 위치한 우리금융그룹 본사와 우리은행 본점. 우리금융 제공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시절 김씨가 도쿄지점장을 지냈으며, 특히 지점장 재직 기간 이 전 회장이 여러 차례 일본을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부당대출과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씨가 부당대출과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져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던 도중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느닷없이 목숨을 끊어 사안이 자칫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검사 대상자의 자살에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도 잇따라 문제가 불거지는 도쿄지점의 실태를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회장, 김씨 재직기간 잦은 일본행
9일 감사원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09~2012년 176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녔다. 이 가운데 일본으로의 출장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계열사 대표들을 대동하거나 단독으로 움직인 경우도 있었다.
이 전 회장의 일본 출장은 공교롭게 이번 도쿄지점 부당대출로 검사 대상에 오른 백모 전 우리은행 부행장(현 우리P&S 대표)과 전날 숨진 채 발견된 김씨가 지점장으로 근무한 시기와 일치한다.
특히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의 이 전 회장이 같은 한일은행 출신에 일본 근무 경력을 공유하는 백 전 부행장, 김씨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앞서 도쿄지점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우리은행 도쿄지점에서도 부당대출의 대가로 비자금이 조성되고, 이 돈의 일부가 본사 수뇌부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통상 은행 해외지점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의 현지 방문에 맞춘 수행·의전이라는 점에서 이 전 회장의 일본 출장에 당시 도쿄지점장이던 백 전 부행장과 김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짙다.
특히 감사원이 지적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출장은 경비 집행에서도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 당시 골프, 관광, 식대로 지출된 7천여만원은 계열사의 업무추진비나 판매관리비 예산을 끌어다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전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부부동반으로 일본 출장을 다녀왔던 것으로 안다”며 “외유성 경비 집행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 부당대출 관련성 강력히 부인
이 전 회장이나 이 전 행장을 둘러싼 의문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궁금증을 풀 열쇠를 쥔 김씨가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재로선 유서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안팎에선 김씨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지 않은 채 선친의 묘역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두고 ‘혼자 안고 가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씨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직원은 “평소 심성이 여리고 차분한 성격이었다”며 “자칫 ‘메가톤급’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에 연루돼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전 회장이나 이 전 행장은 한결같이 자신은 이번 부당대출 사건과 무관하며, 김씨 등의 도쿄지점장 발령은 정상적인 은행 인사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일본 출장이 모두 도쿄로 간 것은 아니고, 김씨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인사와 만나러 간 적도 있다”며 “도쿄지점장을 지낸 백 전 부행장이나 김씨는 같은 한일은행 출신일 뿐이지, 개인적인 인연도 없어 (지점장) 발령 전까지 (인사 내용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전 행장도 “인사부에서 복수로 추천받은 도쿄지점장 후보 가운데 일본에 대한 이해와 실무 경험을 따져 발령냈을 뿐”이라며 “부당대출 사건은 무엇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금감원 검사에서 명백히 소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정황을 검사해 온 금감원은 김씨의 자살로 다소 난감한 처지가 됐다. 자칫 강압적인 검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나 짜맞추기 식 검사가 자살로 이어진 것처럼 비칠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례 기간에는 검사를 멈추되, 이후 사실 관계를 규명하는 검사는 계속하겠다”면서도 이 전 회장 등 과거 우리은행 수뇌부로 검사의 외연이 확대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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