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비정규직… 임금·복지 실태 살펴보니
전북 전주에 사는 오모(47·여)씨는 3명 아이들의 학비라도 보충하자는 생각에 전주대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인 그의 월급은 4대 보험을 떼고 나면 96만원이다. 대학생인 장녀의 학기당 등록금은 305만원, 고3 딸과 초등학생 아들의 월 교육비는 150만원이다.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는 “전업주부로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나오게 됐다”면서 “그래도 휴일이 불규칙한 마트 계산원보다 주 5일 근무인 청소원이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모(43·여)씨는 올 1월부터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일하고 있다. 첫 월급은 세후 79만원이었다. 노조가 생기면서 최근에 106만 6000원으로 올랐다. 월급은 정규직의 35% 수준이고 식대나 성과급, 상여금 등은 없다. 결혼 전 방문교사로 일했지만 경기 침체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었다. 4년째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이모(49)씨도 같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는 “학교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호봉이 없는 건데 30년을 일한 분도 나와 월급이 같다”면서 “정규직은 수시로 하는 회식마저 1년에 단 2차례에 불과한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 근로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42만 8000원으로 정규직(254만 6000원)보다 111만 8000원(43.9%)이나 적었다. 이 격차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 비정규직 평균 월급 인상률은 2.5%였고, 정규직은 3.5%였다.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폐지 정책으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4대 보험 가입률 등도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39.3%였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46.2%, 43.6%였다.
시간외 수당을 받는 비정규직은 24.9%에 불과했고, 유급휴가를 가는 이들은 33%였다. 퇴직금을 받게 되는 비정규직은 39.9%, 상여금이 있는 비정규직은 40.2%였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임금이 동결되고, 교육비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계 지출은 많아지니 전문성 없는 사람들도 시장에 나와 비정규직에 종사하게 된다”면서 “그간 정부가 장려했던 창업은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3-10-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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