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乙’…“1원도 달라” “20개 계좌 사은품 줘”

이런 ‘乙’…“1원도 달라” “20개 계좌 사은품 줘”

입력 2013-05-10 00:00
수정 2013-05-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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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고…폭력 협박…상습 민원인들

#1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직원 A씨는 최근 고객 B씨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B씨가 자신의 계좌에서 ‘일십만구원’(100009원)을 찾겠다고 출금 요청을 한 것. A씨가 “1원짜리가 현재 통용되지 않으니 10원짜리 주화를 드려도 괜찮겠느냐”고 하자 B씨는 “고객이 필요해서 요청하는 건데 왜 준비해 놓지 않았느냐”며 화를 냈다. ‘업무태만 및 고객 응대 부족’ 등으로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도 냈다. 민원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서슬 퍼런 주문 탓에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과를 하고 보상조로 상품권까지 지급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B씨는 다른 지점에서도 여러 차례 비슷한 수법으로 보상을 받아갔다.

#2 은행권 콜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C씨는 기피 고객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엔 “인터넷으로 특정 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는데 콜센터에서 알려준 은행 공인인증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신경을 쓰느라 청심환까지 먹었으니 피해보상을 하라”고 항의했다. C씨는 그 뒤 한 달 동안 6차례나 업무처리 불만 등 매번 다른 이유로 상담직원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3 올 초 한 은행에서는 40대 남성이 본인과 자녀 2명의 명의로 소액 적금에 든 뒤 가입계좌 수만큼 사은품을 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다른 은행은 이것보다 더 좋은 걸 준다”며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며칠 뒤 슬그머니 아내가 다른 지점을 찾아 적금을 모두 해지했다. 이들 부부가 한 달 안에 해지한 계좌만 20개였다.

#4 60여 차례나 차량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한 한 남성은 “서비스 직원을 불렀는데 제대로 처리를 못했으니 정신적·물질적 손해배상을 하라”며 민원을 냈다. 면담하던 담당자를 폭력으로 협박하기까지 했다.

금융권에도 이처럼 ‘라면상무’ 못지않은 상습 민원인(블랙 컨슈머)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반복·감정적 고발’ 민원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사람이 수백건의 민원을 내면 1건으로 이미 처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금융감독원도 “블랙 컨슈머에 대한 업계 전반의 개념이 아직 불분명하다”면서 “금융사와 협의해 정의와 대응책 등을 재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3-05-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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